쇼핑라이브 시작.. 몇 천 만원 매출을 상상했다 [슬기로운 창업생활]
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기자말>
[이혜선 기자]
매출 욕심이 나서
쇼핑라이브의 시대다. 쇼핑라이브를 한 번쯤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쇼핑라이브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대표들 모임에 갔다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나도 그런 소문을 듣긴 했지만), 쇼핑라이브로 한 시간 동안 몇 천 만원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시작하자니 어렵고, 안 하자니 아쉬운 것이 쇼핑라이브였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특별히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 쇼핑라이브, 나도 한번 해봤다. |
ⓒ BlenderTimer, 출처 Pixabay |
자고로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사람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 좋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쇼핑라이브를 위해서는 최소 3명이 필요했다. 라이브 진행자, 실시간 응대 담당자, 카메라 담당자. 다행히 회사 인원으로 꾸려갈 수 있는 정도였다.
라이브로 진행하는 상품도, 사람도 다양했다. 규모가 있는 쇼핑몰의 경우엔 호스트를 별도로 초빙해서 진행했다. 우리가 흔히 홈쇼핑 채널에서 보는 수준의 퀄리티 였다. 규모가 작은 쇼핑몰의 경우엔 판매자가 직접 호스트 역할을 했다.
혼자서 진행하는 사람들 중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놓고 설명하다가 필요할 경우 "잠시만요" 하고선 카메라 위치를 옮기고 다시 진행하기도 했다. 새벽시간에 수산시장이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실시간으로 라이브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쟁률이 높은 시간대를 피해서 하는 것 같았다(라이브 시간대는 오전과 밤 시간이 치열하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비용은 아끼면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했다. 게다가 상품이 특이해서 기술적인 설명이 필요했고, 어쨌든 남편이 나서야 했다. 우리는 호스트 없이 대표직을 맡고 있는 남편이 혼자 카메라 앞에 서기로 했다.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발명자인 남편이기 때문이었다. 카메라는 직원이 맡고, 나는 실시간 채팅을 맡기로 했다.
쇼핑라이브를 하는 목적이 대부분 물건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도 몇 천 만원 매출을 상상하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매출 이외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했다. 우리는 제품 상세페이지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현장에서 설명하겠다는 마음으로 라이브를 준비했다.
가장 심한 스트레스
쇼핑라이브를 준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은 모객이었다. 벤치마킹을 하면서 보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쇼핑 라이브의 경우엔 보는 사람도, 라이브를 하는 사람도 민망했다.
라이브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한 명이라도 들어오면 반가워서 알은 체를 하지만, 들어간 입장에선 뻘쭘해서 라이브를 오래 지켜보기 힘들었다. 어떤 판매자는 라이브를 하면서 "아무도 안 들어왔나요? 제발 채팅창에 대답 좀 해주세요"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설명도 신나게 할 수 있고, 이벤트도 흥이 날 텐데, 걱정이 앞섰다. 라이브에 아무 고객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관객 없는 공연장에 혼자 떠는 것과 같다. 이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모객을 위해 열심히 홍보 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알리고, 몇몇 단톡방에도 시간되면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구매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오셔서 구경하고, 채팅창에 응원만 좀 해달라고. 진심이었다.
사주면 고맙지만 사주지 않아도 들어와서 구경만 해도 감사했다. 첫 라이브엔 다행히 온라인 지인들이 도와주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단톡방에서 공유해준 덕분에 영세 사업자의 썰렁한 라이브를 면할 수 있었다.
라이브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벤트 기프티콘', '무료 커피 쿠폰' 등 검색으로 들어와서 선물만 챙겨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에게는 이벤트 선물 받아가라고 했으면서, 모르는 사람이 선물만 받아가는 건 속 쓰렸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그런 한두 명 걸러내자고 이벤트를 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 우리에게 큰 금액도 아니고, 어쨌든 짧은 시간이나마 참여해주는 것이니 그런 사람들 오는 것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남편은 작은 것을 아끼기보다 큰 그림을 보고 계속 진행하자고 했다. 남편의 말은 맞았다. 그들도 어쨌든 라이브에 참여하는 것이었고, 썰렁한 라이브를 면하게 해주는 존재였으니까. 아는 지인들도 처음 몇 번은 참여했지만, 갈수록 참여도가 낮았다. 회가 거듭될수록 계속 같은 라이브를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니 그럴 수밖에.
쇼핑 라이브가 끝나고 난 뒤
라이브가 끝나고 나면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라이브가 끝남과 동시에 처리해야 할 CS도 많아진다. 이벤트로 당첨된 사람들에게 선물도 나누어주어야 하고, 라이브 중 처리하지 못한 쇼핑몰 문의사항도 답변해야 한다. 라이브 알람을 해두었지만, 깜박하고 미처 시청하지 못해 나중에라도 혜택을 줄 수 없느냐는 문의도 이어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라이브를 위한 프로세스가 안정화 되었다. 라이브 예고에서부터 홍보, 이벤트, 마무리까지. 프로세스가 안정화 되면서 라이브 준비 시간도, 마무리 시간도 단축 되었다. 남편도 처음보다 훨씬 안정적인 톤으로 설명을 하게 되었다.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매출! 우리는 몇 천 만원의 매출을 상상하고 쇼핑라이브를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천 만원의 매출을 올렸을까? 그럴 리가. 라이브를 통한 구매율은 시청자의 5~10% 정도인데, 라이브시간 앞뒤로 구매 건수를 포함해서다. 그러니까 실제로 라이브 시간에 팔리는 것은 그보다 더 작다.
▲ 우리는 다음 라이브도 준비중이다. 기대와 스트레스도 함께. |
ⓒ henmankk, 출처 Unsplash |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매번 라이브 할 때마다 기대한다. 혹시 건축 관련된 사람이 우연히 라이브를 접하고 대량구매 하지 않을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공동구매를 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혼자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기대와 상상은 자유니까 마음껏 부풀려본다.
하지만 라이브가 끝남과 동시에 풍선에서 공기가 빠지듯 나는 현실의 바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라이브 준비를 하면서 나의 상상은 다시금 부풀어 오른다. 이런 반복을 9번 했다. 작년 11월에 시작해서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쌓이는 건 신뢰였다. 상품을 발명했던 남편이 직접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해주니 믿음이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 라이브는 언제 하느냐고 문의가 오기도 한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다음 라이브를 또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모객은 스트레스지만, 상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혹시 아는가, 이번엔 몇 천 만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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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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