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없다" 항의에…사과 없이 빈 벽 만들어버린 中박물관
중국국가박물관이 논란이 된 고구려와 발해를 뺀 한국사 연대표를 전시장에서 철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주중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박물관 측은 전시를 마치고 관람객이 나간 뒤 연대표를 떼어내고 외벽에 남은 흔적도 제거했다고 한다. 지난 13일 본지 보도(‘한국사 연표서 고구려 쏙 뺐다…中박물관 동북공정 꼼수’ 중앙일보 12면)로 처음 문제가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현재 ‘한국고대역사연표’가 걸려 있던 자리는 빈 벽면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당시 연대표를 비추던 천장 조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다소 휑해 보인다. 벽면 한쪽 옆에는 박물관 보안요원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자 내부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2명이던 보안요원 수는 4~5명으로 늘었다.
중국국가박물관은 ‘동방길금(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이란 주제로 지난 7월 26일부터 세 나라의 청동기 유물을 전시해 왔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전시관은 입구에 중국 연표와 유물로 시작해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ㄷ’자 구조로 돼 있다.
문제가 된 한국사 연표는 한국 유물로 이어지는 입구 정면에 위치해 있었다. 고조선의 건국 시기를 ‘?’로 표시하는가 하면 삼국시대를 언급하며 ‘고구려’를 뺀 ‘신라’,‘백제’,‘가야’만 표기했다. ‘발해’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연대표 아래 ‘주:한국국립중앙박물관제공’이라고 표기해 우리나라가 이같은 역사 연대표를 제공한 것처럼 표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연대표 철거에 대해 “중국 측이 메일로 회신해 왔다”며 “‘소통이 잘 안 돼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전시관을 직접 감수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만약 시정이 안 됐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 측과 향후 교류도 중단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박물관 측은 한국사 연대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연대표도 동시에 철거했다. 한국사 연표만 철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현 상황을 면피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서 교수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일반적으로 전시에 사용하는 자료는 제공 기관의 자료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인데 이번 중국 측의 처사는 그야말로 ‘무례함의 극치’”라며 “사과와 시정을 약속하지 않고 철거만 한다는 것은 역사 왜곡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현 상황을 면피하고자 한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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