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신청사 1/4만 먼저 짓자? 이동환 시장 졸속 말바꾸기
[고양신문 이성오]
▲ 지난 14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신청사 건립 대안 마련을 위한 포럼'. |
ⓒ 고양신문 |
이동환 시장 측이 경기 고양시 신청사 건립 방안에 대해 두 달 만에 말을 바꿔 새로운 대안을 내놨는데, 이를 두고 준비가 덜 된 졸속 제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고양시는 "지금까지 주장해온 민자복합개발은 사실상 어렵고 대신 건축 규모를 대폭 축소해 단계적으로 건립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이 제안은 지난 14일 고양시청에서 열린 신청사 재검토 포럼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날 포럼에 참석한 주민들과 정치인들은 신중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제안된 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실현 가능성도 떨어지고, 재검토의 원래 목적인 시 예산을 줄일 방안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번 제안은 고양시 신청사재검토TF가 두 달간 논의한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이정형 TF 위원장(중앙대 교수)이 발제자로 나서 직접 발표했다.
▲ 업무공간이 부족한 현 고양시청 청사의 구조. 본관과 신관을 제외하면 11개 외부건물에 공무원들이 분산돼 있다. 이중 8개 건물은 건물 일부를 임차해서 쓰고 있는데 연간 임대료는 8억5000만원이다. 시민들은 부서를 찾아 헤매기 일쑤고 공무원들마저 부서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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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내용의 주요 내용은 현재 계획 중인 연면적 2만 2000평의 건물 규모를 5000평 규모로 4분의 1 이상 축소해 짓고, 나머지 필요한 건물은 차후에 시 예산을 들이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동환 시장이 당선 직후 제안했던 '민자복합개발'은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제자인 이정형 교수가 인수위 백서에 써넣은 핵심 내용은 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이었는데, 백서가 발간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같은 사람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꼴이다.
이 교수는 "신청사 부지의 그린벨트가 공공청사를 짓는 목적으로 이미 해제됐기 때문에 청사 이외의 복합개발은 물의가 따른다"고 말했다. 민자개발 추진은 어렵다고 실토한 셈이다. 대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청사의 규모를 원안의 4분의 1로 축소해 짓고 나머지 건물은 다양한 재원마련 방안을 찾아 단계적으로 짓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가장 낡은 41년 된 본청 건물(정밀안전진단 D등급)의 행정인력은 모두 그대로 두고 외부청사의 인력만 신청사에 입주하게 돼 신청사 건립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 교수는 "나중에 재원에 여유가 생기면 제3의 지역에 청사를 다시 이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원당 이전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한 시민은 "신청사 TF의 의중이 무엇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서야 되겠냐. 포럼이 끝나고 더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표했다.
▲ 행사가 2시간 넘게 진행됐음에도 많은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토론을 경청하거나 의견을 직접 제시하며 자리를 지켰다. 환영사를 한 이동환 고양시장은 포럼이 시작되자 얼마 후 자리를 떴다. |
ⓒ 신나리 |
발표 내용에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실시설계 용역(용역비 107억 원)까지 진행되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이동환 시장이 자꾸 안 되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1983년 건립된 안전등급 D등급의 현 청사를 대신할 신청사를 짓는 것에 이동환 시장을 포함해 포럼 참가자 모두가 동의했다. 그런데도 "시 예산을 아끼겠다"는 이유를 들어 취임 초에는 행정적으로 불가능한 '민자복합개발'을 주장하다 '천천히 단계적인 완성'이라는 막연한 구상이 나오자 일부 시민들이 반발했다.
시민들은 "전임 시장이 추진한 신청사 건립을 시간을 끌어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재검토를 한다고 해서 봤더니 이랬다 저랬다 말만 바꾸고 구체적 실천 방안도 없을 뿐더러 당위성이나 논리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장석률 주민대표는 "신청사 재검토 TF가 차후에 다양한 재원마련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적 방안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한다는데, 어느 시기에 할지 어떤 방식으로 신청사를 건설하겠다는 설명도 없다. 구체적인 구상 없이 시간만 끌면 건설비용은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준비되는 토론회는 처음 봤다. 발제자료를 엊그제야 받았다"며 포럼의 졸속 준비를 비판했다.
이어 "가장 낡은 건물은 그대로 쓰고 외부청사 인력만 이사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두 개의 청사가 지금보다 더 멀어지게 돼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민들의 불편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홍열 시의원도 "행정적으로 80%가 이미 끝났다. 부서 공무원들도 되돌리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지금 와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의도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후 재원마련에 대한 세부적인 대안이 없다는 여러 지적에 대해 이정형 교수는 "다양한 방법이 많이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지금 쓰고 있는 청사 부지도 복합개발이나 매각이 가능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신청사 부지도 언젠가는 복합개발이 가능하지 않겠냐"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고양시는 포럼이 끝나고 "성황리에 행사가 마무리됐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효율적 신청사 건립이 목표"라며 행사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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