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 공기업 권하는 어머니, 3년 밀어줄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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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디자인 전공하고 서울의 작은 디자인 회사 알아보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자꾸 공기업에 가라는데 경쟁률을 알고나 하시는 얘기일까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취준생 사연이다.
많은 부모가 취준생에게 공기업을 권한다.
경쟁률이 센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취업과 직무 이해도는 조직에서 여러 부서와 협력한 경험이 있는 회사원 출신 부모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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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방에서 디자인 전공하고 서울의 작은 디자인 회사 알아보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아빠와 엄마는 자꾸 공기업에 가라는데 경쟁률을 알고나 하시는 얘기일까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취준생 사연이다. ‘공기업을 안가나, 못가지’ ‘공기업 스터디만 몇백개, 서울로런(run)’ 등의 댓글이 달렸다. 취업 현실을 모르는 부모와 그런 부모를 조언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자녀. 요즘 시대의 흔한 풍경이다.
많은 부모가 취준생에게 공기업을 권한다. 공기업은 이렇게 만만하게 취급되어도 좋은 존재일까. 2021년 공기업 최고 경쟁률은 무려 715대1, 지방공공기관도 63대1까지 극악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센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설설비나 관리처럼 많이 뽑는 직무가 아니라면 더욱 힘들다. 졸업 후 1~3년은 부모가 밀어준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현실 인식 없이 내뱉는 말을 자녀가 무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챙기며 살고 있는가.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교양을 다 떠먹여 줄 기세다. 미국 금리 인상 뉴스를 챙겨 듣던 투자자는 이제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성향까지 꿰게 되었다. 전원주택을 랜선 구경하던 은퇴자는 이제 땅끝 오지에 새로 등장한 집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자녀가 평생 업으로 삼아야 할 취업과 직무에 대해서는 지식이나 교양이 0점대에 가깝다. 30년 전부 모세 대가 취준하던 시절의 케케묵은 정보에 갇혀있거나 좋은 대학에 보냈으니 간판 기업에 취업할 거라고 대책 없이 믿고 있기 일쑤다.
“내 얘기는 아니야”라고 자신하는 부모라면 아래 세문제를 한번 풀어보시라. 1번, 문과생을 가장 많이 뽑는 직무는 무엇일까. 2번, 이공계를 가장 많이 뽑는 직무는 무엇이며, 무슨 일을 할까. 3번, 공기업전형에서 1차 서류통과는 하려면 자소서를 잘 쓰면 될까. 1번 정답은 영업과 영업 관리직무다. 2번 정답은 설계와 공정 기술 즉, 공장의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직이다. 3번 정답은 NO. 공기업 서류전형은 기술, 컴퓨터, 어학 자격증 등 정량화된 점수가 필요하며 일정 점수가 되지 않으면 자소서를 아무리 잘 써도 서류탈락이다.
세 문제 중 하나라도 답할 수 있다면 기본은 갖춘 셈이다. 만약 한 문제도 못 맞힌다면 취준생 자녀와 대화가 힘든 상태. 취업과 직무 이해도는 조직에서 여러 부서와 협력한 경험이 있는 회사원 출신 부모가 높은 편이다. 이공계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부모가 이공계 회사원 출신이라면 가장 행복한 케이스. 의외로 의사, 교사 같은 전문직과 자영업자처럼 회사를 거치지 않은 부모는 직무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
부모의 취업과 직무이해도는 취업 준비라는 외로운 시기를 겪는 자녀에게 커다란 의지처가 된다. 첫 사례로 돌아가 보자.“작은 디자인회사에서 경력을 쌓는 것도 좋지. IT 나 게임회사도 디자인 분야 채용을 하던데 이직을 염두에 두고 첫 회사나 직무를 선택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이렇게 조언할 수 있다면 더없이 이상적일 것이다. 이 정도가 아니어도 좋다. 세모인 자녀에게 네모만 뽑는 회사를 주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인문 교양에 힘쓸 시간을 조금만 내어서 자녀가 택할 직업과 직무에 대해 지식과 교양을 쌓자. 타인의 직무에 관심을 갖거나 신문과 책을 찾아 읽고, ‘취업, 취업 준비, 직무’ 유튜브 콘텐츠를 접하면 된다. 시작만 해도 꽤 많은 것들이 보인다.
이숙은 이씨 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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