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승부수 어퍼컷, 이재명의 실수 하이킥..정치인의 마케팅 전략[BOOK]

김홍준 2022. 9. 16. 14: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퍼컷과 하이킥 표지.

어퍼컷과 하이킥

심우진 지음
청년정신

정치 신인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책 맨 앞에 내세운 이유가 있다. 2020년 8월,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등원을 했다. 2021년 6월, 류 의원은 원피스를 다시 입고 등을 드러내며 타투를 보여줬다. 저자는 정치 신인 류호정을 스타트업에 비유하며, 인지도·호감도를 단시간에 높이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모범적으로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021년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드레스를 입고 등의 타루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자신의 기존 지지자와 잠재적 지지자 외에는 시장을 포기하는 세분화(Segmentation),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차별화로 시장을 선점(Targeting), 결국 고객(지지자와 잠재적 지지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제품(국회의원 류호정)을 원하는 시장에 내놓는(Positioning) ‘STP 전략’이라는 것. 거기에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틈만 나면 원피스 등원과 타투를 언급하니, 소비자들은 류호정이라는 제품을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귀감이 되거나, 반면교사가 되거나. 저자는 이 책에서 정치인의 성공 혹은 실패를 통해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끌어낸다.

역대 국토교통부 장관 중 이름이 떠오르는 이가 있는지. 저자는 김현미 전 장관을 거론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명사가 곧 김현미가 된 데에는, 소비자(국민)가 상품(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어떤 이유로 돌리는 ‘귀인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소비자들이 막상 사고 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구매 후 부조화’ 탓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도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 것은 ‘고객 충성도’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허경영 후보가 선전한 이유는 쉽고 간결하되 파격적인 공약과 이슈로 고객의 ‘충동구매’가 따라왔다고도 분석한다.

20대 대통령선거 중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가 지난 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책 제목 일부인 ‘어퍼컷’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유세 중 나왔다. "나는 승리자"를 만방에 선언하는, 자신감에 찬 이 퍼포먼스는 ‘1등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각인됐다.

책 제목을 이루는 또 다른 행위인 ‘하이킥’은 대선 중 어퍼컷이 등장한 지 며칠 뒤 이재명 후보가 선보였다. 저자는 이를 '1등과 엎치락뒤치락하는 2등'이 아니라 ‘한참 뒤처지는 2등'이나 하는 카피(copy)라며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20대 대통령선거 유세 중 윤석열(왼쪽)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각각 어퍼컷과 하이킥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애플의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옴니아를 낸 삼성을 예로 든다. 삼성은 결국 아이폰을 카피한 갤럭시S를 내놓으며 2등 중 최고가 됐다. 하지만 대선에서의 2등은 무용지물이다. 이재명의 하이킥은 본인이 2등임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게다가 하이킥을 날리는 건, 이재명의 부정적 이미지를 더 키워줬다고 본다.

이야기의 힘 노무현, 공든 탑 무너진 안희정, 북방 개척 노태우 등 무심코 지나쳤던 정치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마케팅 전략에 근거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책 끝 장을 넘기게 된다. 마케팅 이론을 쉽게 풀어썼고, 흥미롭게 접근했다는 말이다. 참, '어퍼컷과 하이킥'을 나누는 중요한 카피가 있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