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살고 싶은 도시는 살고 싶은 집부터

2022. 9. 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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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세계에서 살기 좋은 10개 도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 세계 172개 도시를 대상으로 30여 개 지표를 통해 조사한 '2022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보고서의 결과였다.

오사카는 오히려 21세기 가속화된 도쿄 집중화로 도시의 강점이던 상업 기반도 약해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수요자들이 더 질 좋은 집을 요구하고, 관련 건축법 개선을 정치권에 지속해서 요구해야만 개선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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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난 7월 세계에서 살기 좋은 10개 도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 세계 172개 도시를 대상으로 30여 개 지표를 통해 조사한 ‘2022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보고서의 결과였다. 아시아 도시 중 일본 오사카가 가장 높은 순위로 호주의 멜버른과 나란히 10위에 올라 있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 그 다음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위스 취리히 순이었다. 서울은 오사카보다 훨씬 낮은 60위였다.

나는 오사카 부분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빈이나 코펜하겐은 이미 살기 좋은 곳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오사카가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일본 안에서도 오사카는 지저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그보다는 후쿠오카나 센다이 같은 지역 중심 도시가 오히려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사카는 오히려 21세기 가속화된 도쿄 집중화로 도시의 강점이던 상업 기반도 약해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오사카일까.

안정성, 의료, 문화와 환경, 교육, 인프라 등 모두 5개 범주로 나뉜 30여 개 조사 항목의 반영 비율은 조금씩 달랐다. 안정, 문화와 환경 관련 항목은 각각 25%로 높았고, 교육 관련 항목이 가장 낮았다. 20%를 차지하는 인프라 관련 항목에 ‘주택의 질’을 묻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비중을 놓고 볼 때 그 영향은 크지 않아 보였다. 오사카의 문제점인 주택 비중이 낮으니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주택의 질은 북미와 유럽과 비교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오사카의 집들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우 좁다. 일본 집은 홋카이도 외에는 중앙난방이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춥고,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아 시끄럽다. 소수 부유층을 제외하면 거의 좁고 춥고 시끄러운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의 주택은 다를까? 한국 아파트는 일본보다는 넓고 난방이 잘 된 편이긴 하지만 모두 다 아파트에서만 살지도 않고, 아파트의 질이 다 좋다고 하기도 어렵다. 지난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인해 반지하 거주 환경의 열악함,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층간 소음, 외부소음을 견디고 사는 이들도 많다. 약 80% 이상의 건물들이 사용하는 정화조로 인해 집 안팎의 냄새에도 이미 익숙하다.

살기 좋은 도시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가 되려면 지금보다는 주택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오사카나 서울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자면 공급과 소비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택 시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급 면에서는 더 엄격한 건축 규칙이 필요하다. 한국 기술 수준으로 층간 소음은 진작 해결이 되었어야 한다. 여전히 층간소음이 남아 있는 것은 관련 규칙이 엄격하지 않아서다.

여기에 소비자의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수요자들이 더 질 좋은 집을 요구하고, 관련 건축법 개선을 정치권에 지속해서 요구해야만 개선이 이루어진다.

주택은 수익을 기대하기 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며,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는 집이 좋아지면 삶의 질 역시 좋아진다.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곳이 주택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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