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여야 과방위 줄다리기와 방휼지세

임혜선 2022. 9.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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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가 보니 물가에 올라와 입을 벌리고 있는 조개를 먹기 위해 황새가 부리로 찍으니, 조개가 놀라 입을 다물고 황새의 부리를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황새가 '이대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너는 말라 죽고 만다'고 말하니, 조개도 지지 않고 '나도 이대로 너를 놓아주지 않으면 너 역시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받아쳤습니다. 둘의 계속되는 싸움에 결국 어부가 둘을 얻는 횡재를 했습니다."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치려고 할 때 소대가 조의 혜왕에게 전한 '방휼지세(蚌鷸之勢)'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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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지나다가 보니 물가에 올라와 입을 벌리고 있는 조개를 먹기 위해 황새가 부리로 찍으니, 조개가 놀라 입을 다물고 황새의 부리를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황새가 ‘이대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너는 말라 죽고 만다’고 말하니, 조개도 지지 않고 ‘나도 이대로 너를 놓아주지 않으면 너 역시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받아쳤습니다. 둘의 계속되는 싸움에 결국 어부가 둘을 얻는 횡재를 했습니다."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치려고 할 때 소대가 조의 혜왕에게 전한 ‘방휼지세(蚌鷸之勢)’ 일화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모습과 꼭 같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위원회 운영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위원장이 과방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며 항의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절차대로라며 맞선다. 7월22일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이후 파행만 5번이다. 여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제대로 된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여당 간사 선임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정 위원장이 당 최고위원과 과방위 상임위원장을 겸직하겠다고 나서 갈등의 불을 지폈다.

여야의 지긋지긋한 줄다리기 배경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법안이 있다. 현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야가 각각 7대 4(KBS), 6대 3(MBC) 비율로 추천한 이사로 채워진다. 민주당은 이사 수를 25인으로 늘려 정치권 영향력을 최소화시키자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는 가만 있더니 야당이 되자마자 정치권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맞서고 있다. 이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관련 법을 다루는 제2소위원장직을 잡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도중 퇴청한 회의에서 민주당은 조승래 민주당 의원을 제2소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방위원장과 제2소위원장은 다른 당이 맡는 것이 관례"라고 반발하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내부도 시끌하다. 여당이 박성제 MBC 사장 해임을 촉구하자, 내부 같은 성향인 김도인 이사는 박성제 MBC 사장의 해임 결의의 건을 이사회 안건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김 이사의 안건이 이사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은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 이사진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박성제 사장 임기는 내년 2월이지만, 현 이사회 구도상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 모두 방송에 정치권 입김을 최소화하자면서 제 살길만 찾고 있는 셈이다.

싸움이 계속되면서 안건 심사 및 국정감사 준비 등 과방위의 본업무는 방치되고 있다. 다음달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조차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과방위의 공전으로 남몰래 웃고 있는 건 소속 부처와 관련 기업들이다. 국정감사 준비가 늦어질수록 빠져나올 구멍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 고위 임원이 "싸움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귀띔할 정도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과방위 휴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1여년간 반목했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 출범 이후 법안 가결률은 2.4%에 불과할 정도로 ‘놀고 먹는 상임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제는 일을 할 때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길 바란다. 베리 래빈슨 감독의 미국 영화 ‘맨 오브 더 이어’에서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 톱 돕스(로빈 윌리엄스)은 이렇게 말했다. "정당들 싸움에 지치셨죠? 그들은 자신들이 대표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잊은 지 오래입니다. 정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정치가 먼저입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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