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한 법원.. 허술한 경찰 대응.. 쏟아지는 책임론(종합)

김형민 2022. 9.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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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역무원 살해사건'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법원과 경찰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지난해부터 시행된 스토킹방지법이 허점이 곳곳에 드러나면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너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르다 보니 일종의 잠재적 범죄자에게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제재 방안이 부재해 있다"라며 "스토킹 보복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경찰력이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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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피살
법조계 "법원 판단에 문제 있어
기각 판사 책임지고 사표 내야"
추가고소에도 경찰은 조치 없어
경찰청장 근본 개선책 마련 지시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조성필 기자] ‘신당역 역무원 살해사건’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법원과 경찰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지난해부터 시행된 스토킹방지법이 허점이 곳곳에 드러나면서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전모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7일 처음 고소된 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법은 이를 기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이미 피해 여성과 회사 입사 동기로 알고 지내며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에 두 차례 고소됐고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은 병합돼 그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고 이날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만약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면 참변을 막을 수도 있었다.

경찰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1달 동안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 조치를 받았다. 같은 달 7일 피해자가 전씨를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다음 날부터였다. 경찰은 이 기간 위험도를 확인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 또한 112시스템 등록 기간 연장을 원하지 않아 안전조치를 11월 초 해제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후 올해 1월 피해자가 A씨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를 했을 때도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피해자가 안전조치를 원하지 않는데 경찰이 강제할 순 없다"며 "위험도가 높으면 조처를 할 것을 권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A씨가 살해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10개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했던 셈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종민 변호사는 사회망서비스(SNS)에서 "범죄로부터의 사회안전 확보라는 국가적 의무와 책임의 완전한 실패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00번 넘는 스토킹을 했다는데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책임지고 사표를 내는 것이 올바른 법관의 자세"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피의자의 구속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관점 외에도 재범의 가능성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데 판사가 이를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너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르다 보니 일종의 잠재적 범죄자에게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제재 방안이 부재해 있다"라며 "스토킹 보복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경찰력이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사건현장을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사건 내용을 듣고 "국가가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다"라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깊이 느낀다"라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경찰지휘부 워크숍’에서 피해자 보호 등 대응체계 고도화를 비롯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현재 스토킹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최장 10년까지 부착하도록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경찰은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연계 순찰 등을 검토 중이다.

전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전씨의 사건을 수사한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바로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에 결정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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