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매물에도 '부동'..이제 수요자의 시간

김민영 2022. 9. 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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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월 주택 소비심리지수 89.9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

한은이 추가로 금리 올릴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 지속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동표 기자] 주택 매매심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리 인상, 경제 불확실성 강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수준에 대한 실망감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쪼그라들면서 전국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쇼크’를 마주한 미국이 이번 달에 울트라 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 이를 따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16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9.9로, 지난달(95.2)보다 5.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이자 국토연구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중개업소와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동산 시장 상황을 0~200의 숫자로 지수화한 것으로, 95 미만은 하강 국면, 95~114는 보합 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수도권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지난달(92.7)보다 5.1포인트 내린 87.6을 기록해 두 달 연속 하락 국면에 머물렀다. 특히 서울이 94.1에서 87.5로 6.6포인트, 경기가 92.4에서 88.0으로 4.4포인트 각각 하락하면서 역시 두 달 연속 하락 국면을 유지했다. 서울과 경기, 수도권의 지난달 지수는 모두 연구원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인천도 85.7로 전달(90.5)보다 4.8포인트 하락하면서 3개월 연속 하락 국면에 머물렀다. 인천의 경우 2011년 6월(73.7) 이후 11년 2개월 만에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경제 불확실성, 대출 규제 조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매수 억제, 매도 억제, 보유 억제 등 이른바 3불 정책이 폐지되지 않는 한 냉각된 매매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심리 악화→거래절벽→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전월(-0.08%)보다 하락 폭이 커진 -0.29%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수도권(-0.14%→ -0.40%)과 지방(-0.01%→ -0.18%) 나란히 내림세다.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5% 하락한 -0.24%를 기록했다. 25개 구가 일제히 하락세다. 이는 2013년 8월(-0.41%)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서울 주택가격은 올해 3월 0.01% 떨어진 이후 대선을 계기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 또는 보합세를 보였으나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지난달 4개월 만에 다시 하락 전환한 후 두 달 연속 내림세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는 역대급 거래 절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41건으로 2006년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4679건)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신고기한이 남아 있긴 하지만 8월도 현재까지 신고 건수가 521건에 그치는 등 계속되는 거래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1~7월 누적으로 살펴봐도 지난해 3만513건에서 올해 8554건으로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을 좌우하고 있는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한 주택시장 하락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쇼크’로 이번 달에도 울트라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움직임을 주시하며 한국은행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금리 충격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도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병철 R114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미 예고한 상태이지만 최근 미국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현재 거래절벽 상황이 더 깊어지면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하향 조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택공급과 금리가 집값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라고 볼 때 공급이 현재와 같은 수준이면 금리가 낮아졌을 경우 집값 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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