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1400원 환율 턱밑, 펀더멘털 따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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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지극히 이상적인 생각이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외환시장과 별개로 대다수 국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정책적인 외환거래)을 통해 적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추세라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을 환율 때문에 더 혹독하게 단행해야 하는 악수에 몰릴 수 있다.
단 사흘 만에 바뀐 경제지표에 원·달러 환율은 크게 요동쳤고 결국 이날 1380원을 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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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공급에 의한 조절은 이상적
당국, 외환 시장 균형 맞출 때
환율이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지극히 이상적인 생각이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외환시장과 별개로 대다수 국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정책적인 외환거래)을 통해 적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경제가 가격의 자동 조절 기능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한다는 논리는 이상적이지만 경제학 교과서의 원론적인 접근인 것처럼 말이다.
환율은 각국 경제 전략의 중요한 도구다. 미국 달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킹달러(king dollar)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초강세를 보이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불과 6개월 전 121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초 1300원을 넘기더니 한 달여 만에 1400원도 뚫을 태세다. 한국 경제에서 1400원대의 환율은 공포 그 자체다. 우리가 몸서리치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 때문이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외건전성 지표가 좋고 나쁘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원화가치의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눈앞에 닥친 위험이다. 이 추세라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을 환율 때문에 더 혹독하게 단행해야 하는 악수에 몰릴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외환당국의 책임이 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환율 급등에 따른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쌓이는 무역적자에도 경상수지가 흑자여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해 왔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후 무역수지 적자에도 굳건히 버텼던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경상수지마저 8월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 사흘 만에 바뀐 경제지표에 원·달러 환율은 크게 요동쳤고 결국 이날 1380원을 뚫고 말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땠는가. 같은 날(5일) 원화 하락세가 다른 통화에 비해 크다는 질문에 "그전에는 우리(원화)가 덜 떨어졌다. 어떤 기간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다르다"고 했다. 역시 우리나라 금융·외환 상황이 심각하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 맡겨 환율 조작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주지 않겠다는 소신도 읽힌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이 기대했던 발언의 강도와는 차이가 있었다. 시장에선 최근 환차익을 노린 해외 헤지펀드의 투기성 매매 가세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 크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던지라 이 총재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경고를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 총재 발언 이후 이날 하루에만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까이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외환당국 수장들이 긴급 회동을 한 게 민망할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추천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완벽히 평형을 보이는 족쇄 찬 리바이어던(절대권력)이 국가와 국민을 번영으로 가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지금은 시장에 한층 더 쏠려 있는 외환시장의 균형을 맞출 때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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