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논란' 김유성 지명한 두산이 맞을 미래는?
[양형석 기자]
15일 2023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개최됐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2014년 부활했던 지역연고제도를 폐지하고 작년 성적의 역순으로 선수를 지명하는 '전면 드래프트'로 실시됐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11라운드까지 총 110명의 선수가 프로무대에 지명되는 기쁨을 누렸지만 여전히 1165명의 지원자 중 취업률은 9.44%에 불과했다. 올해도 여전히 프로의 좁은 문을 실감하게 했던 드래프트였다는 뜻이다.
작년 시즌 최하위 한화 이글스가 행사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영광의 주인공은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예상했던 서울고의 우완 김서현이었다. 해외진출을 노린 덕수고의 심준석이 드래프트 신청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이 매우 유력했던 김서현은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자랑하는 파워피처다. 이로써 한화는 올해 신인 문동주에 이어 내년 신인 김서현까지 젊은 '광속구듀오'를 거느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는 예년보다 뛰어난 투수자원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투수와 포수를 겸하는 인천고의 김건희(키움 히어로즈 지명)를 포함해 8명의 투수가 1라운드에 지명됐을 정도로 여전한 '투수 쏠림현상'을 보여줬다. 각 구단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선수들을 지명한 가운데 이 선수들이 각 구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좌완투수는 '다다익선'
▲ 충암고 윤영철, 2023 KBO 드래프트 전체 2순위 KIA행 충암고 왼손 투수 윤영철이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다. 시속 140㎞대 직구를 던지는 윤영철은 안정적인 제구로 올해 15경기 13승 2패 평균자책점 1.66으로 활약했고, 65⅓이닝 동안 삼진 99개를 잡았다. 사진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 중인 제30회 U-18 야구 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예선 라운드 미국 전에 등판해 역투하는 윤영철.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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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이미 '전설' 양현종과 작년 신인왕 이의리, 올 시즌 17경기에서 10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션 놀린까지 3명의 좌완투수가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팀내 다승 1, 2, 공동 3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올 시즌 KIA의 마운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불펜에는 올 시즌 65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하고 있는 이준영이라는 또 다른 훌륭한 좌완도 있다.
KIA의 좌완 인재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9년 KIA의 1차지명 선수이자 올해 상무에서 6승 1패 2.59를 기록한 좌완 유망주 김기훈도 내년 시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좌완투수가 넘쳐나는 데 비해 확실한 우완 정통파 선발자원이 부족한 KIA입장에서는 경남고의 신영우(NC다이노스 지명), 대구고의 이로운(SSG랜더스 지명) 같은 강속구 유망주, 또는 경남고의 김범석(LG 트윈스 지명) 같은 포수자원을 지명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KIA의 선택은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중 좌완 최대어로 꼽힌 충암고의 윤영철이었다. 윤영철은 최고구속이 시속 145km 내외로 김서현이나 신영우 등 또래 유망주들에 비해 구속이 다소 느리지만 제구와 경기운영능력은 또래들 중 최고로 평가 받는 투수다. 현역 시절의 김수경을 좌우반전 시킨 듯한 독특한 투구폼 역시 윤영철이 가진 무기. 프로 입단 후 구속만 조금 더 끌어 올리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꼽힌다.
물론 선발진의 좌우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2017년 메이저리그의 LA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리치 힐(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우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어지는 4명의 좌완 선발투수가 51승을 합작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맞춘 좌우균형이 아닌 선수 각자의 기량으로 KIA가 윤영철 지명으로 팀 내 좌완 투수가 더욱 많아진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김민석] 부산의 이정후 될까
작년까지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활약했던 롯데는 올해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이학주를 영입하면서 유격수 자리를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91경기에 출전한 이학주는 타율 .207 3홈런 15타점 29득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0.565 12실책으로 공수에서 롯데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2019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문규현(롯데 수석코치) 이후 확실한 붙박이 유격수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롯데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거포형 포수 김범석과 강속구 투수 신영우(이상 경남고) 등 연고지 출신의 대형 유망주들 대신 휘문고의 내야수 김민석을 선택했다. 185cm 83kg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우투좌타 내야수 김민석은 타격능력 만큼은 고교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손아섭(NC) 이적 후 팀 내 좌타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롯데가 좌타 유망주 김민석에게서 느낀 매력이었다.
다만 롯데가 다소 불안하게 느끼는 부분은 김민석이 '완성형'에 가깝다는 타격실력에 비해 유격수 수비에서 약점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김민석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고 있는 U-18 야구월드컵에서도 유격수가 아닌 1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민석이 롯데에서 유격수 자리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2루수로 나서며 안치홍의 뒤를 잇거나 이정후(키움)처럼 외야로 변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고 올 시즌이 끝나면 롯데가 배출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현역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롯데가 지역의 유망주들을 제치고 서울 출신의 김민석을 1라운드로 지명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과연 김민석은 롯데 구단의 기대 대로 이대호와 손아섭을 잇는 롯데의 새로운 간판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 두산,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 지명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김유성을 지명했다. 사진은 김유성. (NC 다이노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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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지인 경남지역에서 확실한 '전국구 유망주'가 나오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던 NC는 2020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연고지의 김해고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국구 유망주' 등장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실제로 김해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 투수상을 차지한 에이스 김유성은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면서 NC의 역대 1차 지명 후보들 중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당연히 NC에 1차지명선수로 선발됐다.
하지만 김유성은 지명 당일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야구 선수였던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야구를 그만둘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NC구단은 김유성의 사과를 도우려 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고 결국 NC는 2020년 8월 27일 김유성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1차 지명 철회로 김유성의 사례는 학창시절 문제를 일으킨 선수는 프로에 입단할 수 없다는 선례로 남는 듯했다.
김유성은 2020년 9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음에도 재능을 인정 받아 고려대로 진학했고 2학년이 된 올해 '얼리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 드래프트 참가신청서를 냈다. 이미 고교 시절 최고수준의 유망주로 인정 받은 데다가 대학무대에서 경험까지 쌓인 김유성은 올해 고졸 유망주들을 능가하는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다. 그리고 김유성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선택한 팀은 두산이었다.
2라운드 9순위로 김유성을 지명한 두산의 김태룡 단장은 즉시전력감이라고 칭찬하며 많은 고민 끝에 김유성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유성은 학교폭력 논란 이후 피해자와 합의도 끝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알면서 김유성을 지명한 두산도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연 많은 논란 속에서 프로진출에 성공한 김유성과 김유성을 선택한 두산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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