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한류' 바람①] 국내 이어 한국계 작가까지..세계가 주목하는 'K-스토리'
'파친코'·'호랑이를 잡을 때' 등 한국계 작가들도 주목
지난 3월 한국 문학계와 독자들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인터내셔널 부커상 1차 후보에 사상 최초로 한국 소설이 두 편이나 노미네이트 된 것이다. 특히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문학을 향한 해외의 뜨거운 관심을 느끼게 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국의 콘텐츠들이 전 세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목을 넘어,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흐름을 주도하며 ‘K-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도서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두 편의 소설이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 작가는 부커상 최종 후보,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는 1차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에 한국 작품 두 편이 동시에 1차 후보로 선정되는 전례 없는 일을 이뤄낸 두 작가였다.
최근 국제 문학상에서 수상을 하거나 노미네이트 되며 해외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국내 문학 작품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으며, 손원평 작가의 ‘서른의 반격’이 ‘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분에 선정됐다. 5월에는 김소연의 시집 ‘한 글자 사전’이 일본 번역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 대거상 번영추리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손원평 작가가 ‘아몬드’로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상을 수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수상작에 선정된 바 있다. 이 외에도 김이듬 작가의 ‘히스테리아’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가 주관하는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으며, 김금숙 작가의 ‘풀’은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을 수상하는 등 연이어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물론 최근 시작된 흐름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신경숙 작가가 ‘엄마를 부탁해’로 한국 작가 최초로 맨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작가들이 해외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지금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 선례들을 바탕으로 실력을 갖춘 국내 작가들이 기회를 잡으면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03년 오정희 작가의 ‘새’가 독일 리베라투르 상을 수상한 이후로 2015년까지 한국문학의 해외 수상 또는 입후보 건수는 누적 16건이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6건, 17건의 수상·입후보 성과를 기록, 파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그 이유를 분석하면서 “올해 정보라 작가의 입후보 성과 역시 향후 한국문학 작품의 수상·입후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앞으로를 전망했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시장에서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기도 했다. 재일한국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애플TV+ 드라마로 제작이 되는가 하면, 이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원작 도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외에 한국계 작가 앤지 김의 ‘미라클 클리크’는 2020년 에드거상을 수상했으며, 테이 켈러 작가는 ‘호랑이를 잡을 때’라는 장편 동화로 ‘2021 뉴베리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미라클 클리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치료 시설에 불이 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며, ‘호랑이를 잡을 때’는 한국의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모두 한국적 정서가 강하게 묻어나는 도서들로, 한국 작가들은 물론 한국계 작가들이 써 내려간 한국적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신경숙, 한강 작가 이전에는 한국 문학의 수출이 특별한 사례처럼 이뤄졌다면, 이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전문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한국 콘텐츠라고 하면 더 궁금해한다는 걸 느낀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해외의 관심을 휩쓸고, 국내 작가들의 수상이 이뤄지면서 한국 콘텐츠가 우리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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