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의 얕은 상술 [싫어도-살자]
[강성국 기자]
▲ 2013년 6월 최초로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 3 용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
영화와 게임은 서로를 욕망하고 욕망하는 관계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영화는 점점 게임과의 경계를 허무는 중이고 게임은 언제나 그랬듯 영화가 되기를 꿈꾼다. 이런 맥락에서 너티독이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는 매우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왜냐면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영화적, 보다 정확하게는 현대 할리우드적(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서사와 연출을 게임에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라스트 오브 어스>가 지난 2일 약 9년 만에(리마스터 버전으로부터는 8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로 돌아왔다. 그런데 막상 게이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가 뭘까?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처음 출시된 것은 2013년 6월이었다. 당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시판 7년이 지난 플레이스테이션 3의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해냈다.
팬데믹으로 펼쳐진 대재앙의 지옥도와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비극적인 삶을 통과해 온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이것들을 영화적인 연출로 녹여내 평단의 찬사와 게이머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실제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3년 거의 모든 게임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을 휩쓸다시피 했고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와 TV, 게임을 다루는 영국 월간지 <엠파이어>는 심지어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영화의 <시민 케인>과 같은 성취일 수 있다고 평했다.
이렇게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크게 성공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이내 PS를 상징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너티독과 소니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 큰 고민이 있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출시 후 불과 5개월 뒤인 2013년 11월에 소니의 차세대 콘솔인 PS4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었고 PS4의 기술적 문제와 생산비용 문제로 PS3의 게임을 구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즉 이대로면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PS4에서 구동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작품의 수명이 지나치게 짧아지는 것이다. 너티독과 소니는 결국 <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PS4에서 실행되도록 별도의 성능 개선판을 발매한다. 그래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출시 13개월 만에 PS4용 리마스터 버전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드>로 다시 출시되었다.
발매 1년 안팎의 작품을 리마스터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당시에도 게이머들의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지만 재출시가 아니고서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PS4에서 이용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너티독과 소니의 결정이 수긍되는 부분도 있었다.
새로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PS4 성능을 형식적으로 맞춰 소폭 향상된 대신 멀티플레이 지원 및 기존에 출시된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가 모두 수록되었다. 출시 가격도 4만 9천 원으로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6만~8만 원대에 이르는 신규 게임 가격도 아니었기에 크게 비판받지는 않았다.
▲ 지난 2일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리빌트 버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이 플레이스테이션 5로 발매되었다. |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
이번에 새로 발매된 PS5용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은 상황이 좀 다르다. 처음부터 '파트 1'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원작의 제목을 변경했고,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에 위치한 '리빌트'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굳이 번역하자면 '재건' 정도의 뜻이다. 누가 봐도 명명과 설명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콘텐츠는 게이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존 원작 게임에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덧입히고 4K 해상도와 게임 플레이, 보다 입체적인 음장감을 추가한 것 외에 크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원작 내용 외에 어떤 추가적인 콘텐츠나 변경된 연출도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되려 멀티플레이는 아예 빠져버렸다. 사실상 PS5 버전의 또 하나의 싱글플레이 리마스터인 셈이다.
그런데도 스탠더드 에디션 가격이 7만 9800원, 디지털 디럭스 에디션 가격이 8만 9800원에 이른다. 2014년 발매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드>에 비해 스탠더드 에디션 기준 60% 이상 인상된 가격이고 웬만한 신규 AAA 게임 타이틀 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은 완전히 새로운 기획이나 각본, 연출에 대한 개발 과정 없이 기존 원작의 에셋들을 고스란히 활용해 그 위에 어느 정도 체감되는 시각과 청각적 개선작업을 거친 타이틀이다. 그만큼 생산비용 자체가 크게 투입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신규 게임보다 더 비싸게 책정한 것은 지나친 상술 아닐까.
최근 몇 년간 게임산업 전반에 새로운 창작력이 다소 소진된 탓인지 아니면 보다 쉬운 수익모델이 공고화되는 것인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발매가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졌다.
물론 개중에는 <바이오하자드 RE: 2>나 <파이널 판타지 Ⅶ 리메이크>와 같이 시간을 뛰어넘어 최신 기술력으로 원작을 구현해 올드팬들에게 향수와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 경험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많은 수의 재발매 게임들은 원작과 별다른 차별점 없이 출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원작 팬들의 충성심이 쉬운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이 오래되고 지루한 논쟁의 답은 결국 개발자가 스스로를 예술가로, 게임이라는 창작물을 예술로 자의식을 부여할 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원작자인 닐 드럭만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에 갖는 애착과 자의식은 이미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유명하다. 아마도 그는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개발자 중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적 자의식이나 명작도 얄팍한 상술과 만나 팬들을 착취하면 결국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지난 9년간 벌써 3번의 발매가 이루어졌다. 그래픽은 계속 화려해지고 사실적으로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감흥은 갈수록 작아지고 가격은 비현실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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