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환경보호 일념, 기업인 일가 4.2조원 내놓았다

파타고니아 회장 부부·두 자녀, 모든 회사 지분과 소유권 기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의 2019년 모습(왼쪽 사진). 행인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그린 스트리트에 있는 파타고니아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주겠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83) 회장 일가가 모든 회사 지분과 소유권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가 30억 달러(4조2000억원)에 이르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비상장 주식 지분을 환경 보호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신탁회사와 비영리단체에 양도했다고 보도했다.

쉬나드 일가는 지난달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새로 설립된 신탁사 ‘파타고니아 퍼포스 트러스트’에 취소 불가 조건으로 양도 완료했다. 이 신탁사는 파타고니아가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수익 기부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나머지 98% 보통주는 새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 ‘홀트패스트 콜렉티브’에 양도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연간 약 1억 달러(1395억원)에 이르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수익을 기후 변화 대응과 전 세계 미개발 토지를 보호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쉬나드 회장은 “부디 이번 결정이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로 끝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NYT에 말했다.

쉬나드 회장에게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를 하라는 측근들의 제안도 있었다. 비상장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지분을 기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나드 회장은 “기업공개를 하면 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된다”며 거절했다. 주주들을 위한 이익 극대화에 매몰돼 환경보호와 직원복지라는 기업 문화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1세대로 불렸던 쉬나드 회장은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북한산 암벽 등반 코스를 만들었다. 북한산 인수봉에는 그가 만든 쉬나드A길·B길이 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그는 환경보호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으며, 적자가 나는 해에도 꾸준히 매출의 1%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해왔다. 쉬나드 회장은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억만장자 명단에도 올랐지만 여전히 낡은 옷을 입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 이상적인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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