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으로 느끼는 첼로 선율.. 듣지 못하지만 영혼 끌어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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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로 첫 곡을 연주한 뒤 남자는 어머니를 불렀다.
남자는 올해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박관찬(35)씨로, 그는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라는 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첼로는 연주자의 심장에 가장 가까이 닿는 악기입니다. 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진동은 느낄 수 있어요. 첼로를 연주해보면 알아요. 정말 풍성한 진동이거든요. 진동 덕분에 제 영혼과 마음을 담아 연주할 수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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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로 첫 곡을 연주한 뒤 남자는 어머니를 불렀다.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 엄마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어요. 좀 나와 주세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한 여성이 행사장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들 옆에 앉은 어머니는 남자가 연주하는 ‘숨어 우는 바람 소리’라는 곡을 들었고, 연주가 끝나자 두 사람은 흐느끼면서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지난 14일 이런 광경이 펼쳐진 곳은 밀알복지재단이 서울 강남구 재단 별관에서 개최한 ‘일상 속의 장애인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상식이었다. 밀알복지재단은 2015년부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남자는 올해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박관찬(35)씨로, 그는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라는 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씨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물만 분간할 수 있고 청력은 완전히 잃은 상태다. 박씨와의 인터뷰는 ‘손가락 필담’으로 진행됐다. 질문을 하면 행사장에 동행한 지인이 박씨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그 내용을 적어주었고, 박씨는 얼마간 어눌할 수밖에 없는 말투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상태가 악화돼 시신경의 문제가 청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2012년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영화 ‘굿바이’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첼로를 연주할 때면 온갖 괴로움에서 해방된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자신도 첼로를 연주하고 싶어졌다. 이듬해부터 그는 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첼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듣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악기 연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걸까.
“첼로는 연주자의 심장에 가장 가까이 닿는 악기입니다. 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진동은 느낄 수 있어요. 첼로를 연주해보면 알아요. 정말 풍성한 진동이거든요. 진동 덕분에 제 영혼과 마음을 담아 연주할 수 있겠더라고요.”
크리스천인 박씨는 “교회에서 성도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생업과 학업 탓에 너무 바빠 교회에 잘 나가지 않고 있는데 다시 교회에 나갈 생각입니다. 언젠가 좋은 찬양곡을 발견해 열심히 연습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 느끼기도 했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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