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지방시대] 부·울·경 연합 주춤..간사이는 엑스포 원팀 구축

오영환 2022. 9. 1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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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대항하는 한·일 메가시티 비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6·1 지방선거 이후 광역단체 간 연대에 이상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단체장이 일부 바뀌면서 상생의 협력 사업이 주춤하거나 궤도를 이탈하는 모양새다. 지방 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지자체 간 행정의 벽은 단체장에 따라 오르내린다.

동북아 8대 메가시티를 내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특별연합 설치 계획은 원심력에 휩싸여 있다. 이 연합은 2개 이상 지자체가 광역 사업을 펼 수 있는 개정 지방자치법상의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실현될 경우 전국 최초 사례가 된다. 특별연합 규약이 올 4월 부울경 의회를 통과하고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사무기구 구성과 청사 마련 등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규약상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 6·1 지방선거 후 단체간 연대 난기류
전국 첫 메가시티 내년 출범 미지수
대구경북은 한뿌리 상생 기조 흔들

일본, 2010년 간사이광역연합 설립
방재·관광·의료 등 7개 사무 공조
도쿄권 맞먹는 ‘국토의 두 눈’ 지향

하지만 특별연합이 내년에 출범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새로 당선된 김두겸 울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실효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면서다. 덩달아 세 단체 간 실무 협의도 중단됐다. 특별연합은 규약상 세 단체에서 자동차·항공·조선 산업 육성과 관광·문화체계 구축 등 18개 사업을 이관받아 처리하게 돼 있다. 광역 교통관리 등 3개 국가 사무도 떠맡는다. 조직과 관련해선 단체별 각 9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의회와 단체장 중에서 선출하는 특별연합장 등 집행기관을 둔다. 부울경은 이 제도적 틀을 통해 단일 경제·생활권의 인구 1000만명 메가시티로 발돋움하고,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재 울산과 경남은 부산으로 사람과 산업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3개 단체 간 광역교통망이 경제 블랙홀을 가속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지난 7일 언론 인터뷰). 울산시는 대신 경북 포항·경주시에 3개 도시 특별지자체(해오름연합시) 설립을 제안했다. 행정협의체인 3개 시의 ‘해오름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려 상호 보완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특별지자체 제도의 조연보다 주연을 맡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특별연합이 출범한 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국가가 해야 할 역할까지 안게 되면 지역 발전에 오히려 마이너스다. 권한과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8월 10일 기자간담회). 경남에선 서부 지역 발전 전략이 메가시티 청사진에서 빠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울산과 경남의 속도 조절은 규약 보완을 위한 입지 강화용 포석일 수도 있다.

재선인 박형준 부산시장의 특별연합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박 시장은 “구체적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모두가 윈·윈 하는 전략인 만큼 대화와 협의를 통해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8월 29일 포럼 메시지). 울산과 경남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별연합 규약 성립 직후 정권과 지방 권력 교체가 있었던 만큼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보조를 맞춰 규약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디커플링(decoupling) 조짐이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한뿌리 상생을 강조해온 두 단체의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특별지자체 설립을 위해 지난 3월 대구시에 설치한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은 대구시의 7월 조직 개편 때 폐지됐다. 1991년 두 단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대구경북연구원도 분리 절차에 들어갔다. 두 단체는 각자의 특화 정책을 다루는 별도의 연구원을 만든다. 두 단체 간 정책상 불협화음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두 단체가 인사 교류를 하고, 행정통합 절차까지 밟았던 민선 7기 때와 비교하면 딴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홍준표 신임 대구시장 측과 재선의 이철우 경북지사 측 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특별지자체와 유사한 일본의 제도는 특별지방공공단체(광역연합)다. 지자체 간 경계를 넘는 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1995년부터 시행됐다. 올 4월 현재 전국에 116개가 설치됐고, 복수의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단체)으로 구성된 곳은 간사이(關西)광역연합이 유일하다. 나머지 115곳은 47개 도도부현 내 복수의 기초단체가 설립했다. 이들 연합은 대부분 보건복지·관광·쓰레기 처리 등을 공동으로 관장한다. 광역연합은 규모와 관계없이 의회와 집행기관을 둔다.

2010년 12월 출범한 간사이광역연합은 일본 지방 분권과 초광역 협력체의 상징이다. 지역 경제계가 발의한 민관 연대기구가 2003년 이래 7년간의 준비 작업을 한 공든 탑이다. 위(중앙)에서가 아닌 밑(지역)으로부터 시작했고, 그것도 민간이 주도했다. 지역(민)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분권·협력의 한 모델인 셈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재 구성 지자체는 광역 8단체(교토·오사카 부, 시가·효고·나라·와카야마·돗토리·도쿠시마 현)와 인구 50만명 이상의 정령지정도시 4곳(교토·오사카·사카이·고베 시)이다. 광역연합 인구는 2019년 기준 2181만명, 지역 총생산은 약 91조엔(2018년)이다. 일본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나라현은 2015년 가입했고, 후쿠이·미에 현은 옵서버로 참가한다.

관장 사무는 광역 방재, 관광·문화진흥, 산업진흥, 의료, 환경보전, 자격시험과 면허, 직원 연수의 7개 분야다. 운영 방식은 유연하다. 구성 단체는 7개 사무 중 일부에만 참가할 수 있다. 나라 현의 참여 분야는 관광·문화진흥 등 2개, 돗토리현은 의료 등 3개다. 집행기관인 광역연합위원회의 장(광역연합장)은 구성 단체장 중에서 뽑고, 단체장들이 7개 사무를 분담해 집행한다. 〈그래픽 참조〉 광역연합 본부는 기획·조정 쪽에 중점을 둔다. 의회 정원은 39명으로, 구성단체 의회에서 인구 비례로 선출한다.

야마시타 요시히로(山下芳弘) 간사이광역연합 본부 사무국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더 알아보았다.

Q : 설립 과정에서 난제는 없었나.
A : “2003년 당시 간사이 경제계는 중앙집권 타파와 지방 분권 체제 확립을 위해 도주제(道州制)를 미래상으로 자리매김했다(※도주제는 현재의 도도부현보다 행정 구역이 넓고 자치행정권이 큰 도와 주를 두는 구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광역연합 제도를 활용한 ‘간사이주’ 설립을 요청했다. 이후 민관 연합 간사이광역기구에서 도주제를 지향하지 않는 점을 확인하면서 설립에 이르게 됐다.”

Q : 설립 당시 내건 이념은.
A : “첫째는 분권형 사회의 실현이다. 중앙집권과 도쿄 일극 집중을 타파하고 지방 분권 개혁의 돌파구를 여는 것이다. 둘째는 간사이 전체의 광역 행정을 맡을 책임 주체 만들기로, 집행기관과 의회를 갖는 새 행정 주체를 설립했다. 셋째는 중앙 사무·권한의 수용체제 구축이다. 설립 당시 이 3가지를 내걸었으나 설립 후의 최대 이점은 광역단체 단독으로 대응이 어려운 역내 과제에 신속하게 협력하고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역 의료의 경우 닥터헬기의 운항과 배치를 일원화해 비효율을 없앴고, ‘30분 이내 응급의료 제공 체제’를 간사이 전체에서 실현하고 있다.”

Q : 지방분권과 도쿄 일극 해소에 어떤 성과가 있었나.
A : “간사이 지역은 일본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부 기관의 이전을 이뤘다. 도쿠시마현에 ‘소비자청 신미래창조전략본부’가, 와카야마현에 ‘총무성 통계국 통계활용센터’가 설치됐다. 내년 3월에는 문화청이 교토로 이전한다. 간사이광역연합은 간사이에도 하나의 극(極)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국토의 두 눈(雙眼) 구조 실현’에 나섰지만, 인구의 도쿄권 유출은 멈추지 않고 있다. 도쿄 일극 집중 해소는 여전히 큰 정책 과제다.”

Q : 구성단체 간 갈등은 어떻게 조정하는가.
A : “매달 구성 단체장의 협의체인 광역연합위원회를 열어 의견 교환과 협의를 하고 중요 사항에 관한 방침을 결정한다. 의사 결정은 전원일치를 기본으로 하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구성단체가 있으면 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Q : 다른 할 얘기가 있다면.
A : “2025년 오사카 유메시마(夢洲·인공섬)에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열린다. 예상 입장객 수는 2800만명으로, 전 세계인이 모여 교류하고 간사이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관광객 증대 등 엑스포의 효과를 간사이 전체로 파급시켜 성장과 발전을 촉진할 생각이다. 간사이광역연합은 구성 단체 등과 연대해 엑스포의 성공을 향해 나설 것이다. 꼭 주목했으면 한다.”
니사카 요시노부 광역연합장(와카야마현 지사)은 “‘간사이는 하나, 간사이는 하나하나’”라며 “구성 지자체가 ‘원(one) 간사이’로 활력 있는 간사이를 창조하겠다”고 말한다(홈페이지). ‘전체는 하나를,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다자동맹 원칙을 연상시킨다.

지자체는 정치의 전선이 아닌 행정 서비스와 복지의 최일선이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탈정치의 주민 우선주의 시대여야 한다. 정보·교통 혁명으로 행정구역의 경계가 무색해진 초연결, 융합의 대변혁기에 지자체 간 축성(築城)과 분단은 낙성(落城)의 지름길이다. 행정의 장벽을 낮추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외 자본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세계의 메가시티와 어깨를 겨루는 지방시대를 열어보자.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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