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인출 제한' 레바논..장난감총 든 은행 강도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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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를 맞은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계좌에 예치된 예금을 찾지 못한 한 여성이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살리 하피즈와는 이날 오전 11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블롬은행 지점에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채 권총을 들고 들어갔다.
경제 위기 속에 레바논 은행들은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인출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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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90% 이상 폭락
세계은행 "19세기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경제 위기를 맞은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계좌에 예치된 예금을 찾지 못한 한 여성이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살리 하피즈와는 이날 오전 11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블롬은행 지점에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채 권총을 들고 들어갔다.
하피즈는 총을 꺼내 들고 책상 위로 올라가 "병원에서 죽어가는 언니의 계좌에서 돈을 찾으러 왔다"며 "나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쏘려고 온 게 아니다. 그저 나의 권리를 주장하러 왔다"고 소리쳤다.
하피즈와 함께 은행에 침입한 예금자 단체인 '예금자 절규'의 운동가들은 곳곳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하피즈 일행은 은행 창구에서 1만2000달러와 1000달러에 해당하는 레바논 파운드화를 챙기고 은행을 빠져나갔다.
이같은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하피즈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예금 인출을 위해 강도 행세까지 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피즈는 "은행 지점장에게 가족이 맡긴 2만 달러를 달라고 애원했다. 언니가 암에 걸려 병원에서 죽어가기 때문에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허리에 찼던 권총은 조카의 장난감 총이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의 경제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며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다. 세계은행(WB)은 레바논의 경제 위기에 대해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경제 위기 속에 레바논 은행들은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인출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레바논 주민 대다수는 은행에 돈이 있음에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 인출 제한이 장기화하자 무기를 소지한 채 은행에 들어가 인출을 요구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남성이 베이루트의 한 은행에 소총을 들고 난입했다. 그는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가 부족하다"며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20만 달러의 예금을 돌려 달라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날 베이루트 북동부에 있는 소도시 엘리에서도 무장한 남성이 예치된 돈의 일부를 받은 뒤 보안 당국에 자수했다고 국영 뉴스통신사 NNA가 보도했다.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위협했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구금되지만 곧 풀려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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