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카운터어택] 월드컵에 나간다는 건
요즘 전 세계 최고 축구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킬리앙 음바페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생각할지도, 근래 축구 좀 안 봤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번(2022~2023) 시즌 축구 좀 봤다면 당연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의 엘링 홀란을 꼽을 거다. 현재(16일 기준) EPL 6경기에서 10골, 유럽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1m94㎝ 큰 키와 순간 최고 초속 10.01m(100m를 9.99초에 뛰는 속도)의 스피드를 가진 그야말로 ‘득점 기계’다.
전 세계 축구 팬은 개막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홀란을 볼 수 없다. 아마도 홀란은 카타르가 아닌 어딘가에서 TV로 월드컵을 지켜볼 거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홀란의 노르웨이는 6개 팀이 겨룬 G조 3위에 그쳐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G조에서는 1위 네덜란드만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4년 뒤 2026년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 월드컵에서는 홀란을 볼 수 있을까. 노르웨이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끝으로 24년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가 월드컵 한 번 못 나가고 은퇴한 경우는 드물지 않다. 웨일스의 라이언 긱스와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셰우첸코(솁첸코)도 번번이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하다가, 30세인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비로소 본선 무대를 밟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53년생 차범근도 유럽을 호령한 불세출의 골잡이였지만, 하마터면 월드컵 한 번 못 나가보고 은퇴할 뻔했다. 다행히 33세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다.
지난 13일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국가대표 평가전에 나설 선수 26명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카타르 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인 코스타리카전(23일)과 카메룬전(27일)에 출전한다. 부상 등 변수가 없는 한 마지막 평가전 멤버가 대개 월드컵 최종엔트리(26명)로 이어진다. 마지막 시험대에 오를 선수들이 곰곰이 생각했으면 한다. 월드컵에 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요컨대 지금 가려고 하는, 또 곧 밟게 될 그 무대가 어떤 곳인지 말이다.
참,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목표가 16강 진출이라고 한다. 물론 과거 1승이 목표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4강)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16강) 등 두 차례나 16강에 올랐는데, 고장 난 전축처럼 월드컵 하면 만날 16강 타령이다. 본선 같은 조에 속한 팀들 전력을 객관적으로 따져 정한 거라 할지 모르겠다. 조 편성 전에도 16강이었다. 협회도, 벤투 감독도 타성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월드컵에 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말이다.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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