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33개월만에 연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일정이 유동적이지만, 현재로선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며 “여타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도 몇 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과의 양자회담은 일찌감치 합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엔총회 연설 이외엔 두 양자회담이 핵심 정상외교 일정”이라며 “일본과는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게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기시다 총리와 여러 차례 인사를 나누고 따로 한·미·일 정상회담도 했지만, 한·일 두 정상이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는 정상회담은 아니었다. 한·일 정상의 양자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만난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선 강제징용 등의 갈등 현안과 미래 협력 방안이 두루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강제징용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아 정상이 갑자기 만나 체크할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만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양자회담을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로 알고 있는 우려 사항도 있고, 이미 확인한 의제도 있다”며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실무 차원에서 관계 부처들이 발전시켜 온 이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중요한 문제는 정상이 다시 공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최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반도체 관련 설비의 신설 등을 제한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뉴욕에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열리는 런던 일정을 시작으로 5박7일간의 순방 일정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 185개국 중 10번째로 유엔총회 연단 오른다
18일 한국을 떠나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 오후 런던에 도착하는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주재하는 리셉션에 참석해 위로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후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참배하고 조문록에 서명한 뒤,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이튿날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나란히 참석해 추모한다.
이후 뉴욕으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일반 토의 첫날인 20일(이하 현지시간) 185개국 정상 중 10번째 순서로 연설한다. 유엔 데뷔 무대인 이번 연설에 대해 김 차장은 “분단국가로서 전쟁 위협, 핵 위협, 인권에 대한 위협 등 전통적인 안보 이슈에 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으고 연대함으로써 평화를 구축해 나간다는 메시지가 한 축”이라며 “한국이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언급하는 것이 나머지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캐나다에선 23일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김 차장은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과 우리 진출 기업에 대한 캐나다의 지원 방안도 의제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한국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한국 정부 조문 사절단은 한 총리가 단장,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국회 부의장)이 부단장을 맡고 윤덕민 주일대사와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회장(전 주일대사)이 포함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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