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감사완박법·시행령통제법..169석 거야 독주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기본소득당과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가로막는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15일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파업 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정부·여당과 경영계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군소야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의 방법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여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전날 야당을 찾아 “법안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노란봉투법, 환노위 패스트트랙 가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공공산업노조연맹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5일 “반드시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이 노란봉투에 담겨 전달된 것에서 이름을 따온 노란봉투법은 총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중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에 가장 많은 의원(56명)이 이름을 올렸고, 민주당 의원 46명이 참여했다. 이 법에는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노동쟁의 대상행위 범위 확대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에 포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불법파업이라 해도 직접적인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실이 아니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환노위에서 국민의힘이 막아서면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전체 환노위원(16명) 가운데 민주당(9명)과 정의당(1명) 의원을 합치면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정족수인 10명(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주의적이고 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소위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권성동 원내대표)고 주장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일각에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대통령 소속 독립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정부의 시행령 제·개정 권한을 국회의 통제하에 두는 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권한을 사실상 행정부 영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신정훈 의원은 지난 14일 ▶공무원의 금품수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 ▶정부 교체기에 발생하는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특별감찰’로 규정하고, 국회 상임위의 승인을 받아 개시하도록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 당부’는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재명 “51%라도 찬성하면 적극 입법”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국회 다수당이라는 것을 무기로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감사만 진행하라는 소위 ‘감사완박’(감사원 독립 완전 박탈)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에 “감사원법 개정안은 당론 절차를 거치진 않았으나,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의해 제출된 법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최근 일부 감사는 표적 감사가 명백하지 않으냐. 조만간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뒤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 발의한 ‘시행령 통제법’(국회법 개정안) 역시 논란이다. 대통령·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모법(母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수정을 요청하거나 60일간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힘을 실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시행령 통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감사원·시행령 통제법과 관련해 “위헌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행정부 내부 감찰에 직접 관여하고 승인을 받으라고 하는 건 그 자체로 권력분립에 반할 소지가 크다”(장영수 고려대 교수), “국회가 시행령을 광범위하게 위임해 놓고 의도에 맞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건 앞뒤가 바뀐 얘기”(한상희 건국대 교수) 등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당 원내지도부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생법안과 관련해 “야당은 51%라도 찬성하면 적극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돼, 향후 일부 법안의 강행처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시 “100% 국민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이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때로 손해가 있더라도 필요하면 주어진 권한을 과감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석·김준영·윤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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