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읍소 다음날 '불법파업 면죄부' 노란봉투법 밀어붙인 巨野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가로막는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15일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법파업 행위에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정부여당과 경영계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군소야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 지정 등의 방법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런 방침은 전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야당을 찾아 “법안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결로 치닫는 상황이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날 노란봉투법을 대표 발의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노동조합을 하는 것이 목숨을 내놓고 인생을 거는 일이 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법률 체계에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문화된 손배가압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쟁의 후에 따라붙는 루틴(일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 노조에 2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현대제철 사례를 들며 “노조를 무력화하고 정규직 고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손배소가 활용됐다”고도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은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노동쟁의 대상행위 범위 확대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에 포함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직접적인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실이 아니라면, 불법 파업이라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조원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이 노란봉투에 담겨 전달된 것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의원 총 56명이 발의자로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46명(82%)에 달한다. 정의당 6명 전원과 기본소득당 의원 1명, 양정숙·윤미향·김홍걸 의원 등 친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3명도 포함됐다. 특히 노란봉투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이학영·전용기·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이 발의자로 참여해 추진에 무게를 확 싣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비슷한 취지의 법안 5건은 이 의원 발의 법안과 상임위에서 병합심사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22대 민생입법과제에 포함시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공공산업노조연맹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관련법도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이은주 의원 발의안과 묶어) 정리하고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5일 BBS라디오에서 “반드시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직 심사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일단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아보다가 잘 안 된다면 169석 의석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환노위에서 국민의힘이 막아서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전체 환노위원은 16명인데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9명, 정의당 의원이 1명이어서 의결정족수인 10명(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을 채울 수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180일 이내에 본회의에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
국민의힘은 격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주의적이고 극단적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나”며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소위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이날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부터 정면충돌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자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것은 노조 탄압이자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겠다는 것보다는 아예 노조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미가 클 것”이라며 “기업의 노조에 대한 정치적인 보복이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위법적으로 한 행위까지 다 면책하면 기업을 어떻게 규율해나갈 수 있겠나”라며 “대기업들이야 버틸 힘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서 (노조의 파업행위가) 면책돼 기업이 도산하면 대체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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