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이던 스웨덴 뒤엎어졌다"..극우정당 약진, 총리 사임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사회민주당 대표)가 14일(현지시간)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진행된 ‘2022 스웨덴 의회선거’ 결과,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좌파연합(사민당·중도당·좌파당·녹색당)이 야권인 우파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민주당·자유당)에 초박빙 열세로 석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14일 스웨덴 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 결과(개표율 99% 기준), 안데르손 총리가 소속된 사민당은 30.35%를 득표해 원내 1당 지위를 지켰다. 하지만 좌파연합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49.6%, 의석수는 173석(전체 34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야권인 우파연합은 지지율 50.4%, 의석수 176석을 차지해 여권에 3석 앞섰다. 당별 득표율은 사민당에 이어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53%를 득표해 원내 2위에 올랐고, 우파의 대표격인 온건당은 원내 3위(19.1%)가 됐다.
이날 개표가 거의 마무리되자, 안데르손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며 “내일(15일) 의회 의장에게 사임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선거 결과는 주말쯤 확정·발표된다.
우파연합의 승리가 확정되면 새 총리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유력하다. 크리스테르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건당과 우파연합은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변화에 대한 명령을 받았다”며 “변화를 주도할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우파연합에서 온건당보다 스웨덴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향후 연립정부(연정) 구성에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테르손이 총리가 되더라도, 의석수가 많은 스웨덴민주당과 여러 정책에서 충돌하며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며 스웨덴민주당이 연정 구성에 열쇠를 쥘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인기몰이를 하며 우파연합의 견인했다.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스웨덴민주당은 ‘난민 제로’와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의 공약으로, 총기난사 범죄 등으로 불안해진 유권자의 심리를 파고들며 표몰이에 성공했다. 총선 직전 발생한 갱단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보수층의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한 것도 스웨덴민주당에 막판 표심이 쏠린 변수가 됐다.
당초 스웨덴민주당은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비주류 단체로 지지율은 1%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극우 색채를 빼고 민족주의 성향으로 탈바꿈한 노력 끝에 2010년 첫 원내 입성에 성공한 뒤, 2014년 총선에서 12.5%를 득표해 원내 3당(49석)으로 급성장했다. 2018년 선거에선 17.5%(62석)를 득표한데 이어, 올해는 1988년 창당 후 최고 득표율로 73석을 차지해 정통 보수의 대표 격인 온건당을 누르고 원내 2위가 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극우 정당이 일으킨 돌풍은 스웨덴 안팎에 충격을 안겼다. 요나스 힌포스 스웨덴 예테보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스웨덴은 끝났다”면서 “지난 50~60년간 좌파와 우파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 소수자의 권리를 발전시켜왔지만 스웨덴민주당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러한 진보가 멈추고 그간 당연히 여겼던 가치들이 퇴보하는 것을 보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하자 “그간 진보적이고 다원적 이상을 위한 안식처였던 스웨덴의 명성을 뒤엎는 결과”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스웨덴의 관대하고 포용적인 정치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웨덴민주당이 새 정부의 일원으로 집권 세력에 포함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파연합에 소속된 자유당 내부에선 “스웨덴민주당이 연정에 포함될 경우, 우리가 나가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8년 총선 때 좌·우파 연합 모두 당시 62석의 원내 3당이었던 스웨덴민주당을 연정에서 끝까지 배제하고 연정 구성을 넉달 이상 늦춘 선례도 있다. 힌포스 교수도 “스웨덴민주당이 많은 표를 얻었지만 아직 새 정부의 공식 일원이 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데르손 총리 역시 이날 총선 패배를 인정하며 “(극우 정당의 급부상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우려를 알고 있고 공감한다”면서,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를 향해 “스웨덴민주당과의 동맹을 재고하고 싶다면, 사민당의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정 구성에 스웨덴민주당을 배제할 경우, 사민당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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