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재편'에 다급해진 中, 서열 3위 한국 보냈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5~17일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을 제외하면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첫 방한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오는 16일 윤석열 대통령 예방 및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한·중 국회의장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형식은 '답방', 의도는 '경제 협력'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2월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이자,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성사됐다. 동시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 등으로 한동안 단절됐던 고위급 교류를 재개해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최근 미·중 간 공급망 경쟁이 거세지며 중국 입장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실제 리 상무위원장을 필두로 한국을 방문한 66명 규모의 중국 측 대표단엔 경제·산업 관련 장관급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또 리 상무위원장은 오는 16일엔 LG그룹의 연구개발(R&D) 핵심 시설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다.
이곳은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방문한 장소이기도 하다. 재무장관이나 상무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의 방한 동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단 점에서 미·중 양국이 한국을 향한 ‘공급망 러브콜’을 연달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광재 사무총장 영접, 尹 예방까지
방한 시점과 대우에서도 협력 강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드러난다. 우선 국회에선 이광재 사무총장이 리 상무위원장의 방한 시점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 나가 예우를 갖췄다. 지난달 미 국가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한국 측에서 공항 영접에 나서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 역시 휴가 기간이었던 탓에 펠로시 하원의장과는 대면 없이 전화 통화에 그쳤다.
이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철저하게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췄고, 동행한 장관급 인사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한·중 경제협력의 키맨(Key man)에 해당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직접 도모하기 어려운 경제 협력 과제를 한·중 국회 차원에서 풀고, 양국 경제 협력의 다리를 놔 보자는 의도로 우리 쪽에서 먼저 ‘경제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리 상무위원장의 방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확정될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상하이·베이징 등을 봉쇄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올해 ‘우호·친선 관계’를 강조해 온 북한과도 최고위급 교류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특히 리 상무위원장은 시 주석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이번 방한 자체가 3연임을 앞두고 중국 패권국화에 필수적인 외교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공급망 재편' 속 中 '약한 고리' 韓 공략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은 사실상의 반중(反中) 연대의 성격이 강하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은 물론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협력 대화) 등 대부분의 연합체가 중국을 제외한 경제안보 연대로 흐르고 있어서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외쳐온 중국 입장에선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특장점을 가진 일본과 파운드리(반도에 위탁생산) 시장의 선두주자인 대만 모두 미국과의 협력 기조를 강화하며 협력 파트너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중국으로선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략 가능한 협력 대상국은 사실상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이번 리 상무위원장 방한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였던 2014년 7월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2017·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방중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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