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리 직격한 尹..지난 2월엔 "누가 해먹었는지 보시라"
“참 개탄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청사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전임 정부 시절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비리 실태가 확인된 국무조정실 발표와 관련해 ‘어떤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 또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하는데 이런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며 “저도 언론을 통해 봤다.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 13일 전력산업기반기금 12조원 중 2조10000억원에 대한 표본조사를 한 결과 위법·부당 사례 2267건(2616억원 규모)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현안에는 즉답을 피해온 윤 대통령이 이번 사안 만큼은 “이권 카르텔의 비리”,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 등 작심 발언을 한 것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유세 중 “문재인 정부에서 한 태양광이니 이런 공사 발주한 것, 이제 정권 바뀌면 하나하나 누가 다 해 먹었는지 한 번 보시라”, “세금 뜯어낸 돈으로 자기들과 유착된 업자들만 배를 불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태양광 사업 특혜와 관련해 구여권 유력 인사 연루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번에 윤 대통령이 ‘전 정부 탓 말자’고 얘기했는데 여전히 검사의 시각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인들의 무능이나 실정을 덮기 위해서 전 정부의 어떤 정책까지도 이 잡듯 뒤지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저도 언론을 통해 봤다’고 한 것만 봐도 이번 사안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태양광 사업 등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것을 사법적 시스템에 맡기고, 윤 대통령은 경제·민생 행보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발언을 제외한 윤 대통령의 도어스태핑은 ‘경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우 구체적인 발언들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동기 대비 미국 소비자 물가가 8.3% 올라가 있고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와 경기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회복이 우선이냐 또 국민의 실질임금 하락을 가져오는 물가상승을 잡는 게 우선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일단 서민의 실질임금 하락을 가져오는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는 기조가 일반적”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이번 추석 성수품 주요 항목 20개 정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대규모 물량 공급으로 가격 안정을 꾀했다. 이런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물가 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의 대출 이자 부담에 대해선 “금융 채무가 많은 서민의 민생 안정을 위해 고금리를 저금리나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만기를 연장해서 상환 기간을 좀 늘리고 기간별 부담액을 좀 낮추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대외 재무건전성을 언급한 뒤 “아직 국민이 걱정하실 수준은 아니다”라며 “정부나 기업이 힘을 합쳐서 리스크 관리를 해나갈 것이고 서민의 민생을 정부가 각별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사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불러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주요 지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특히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둬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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