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비껴가지 못한 '호남홀대론'..예산안에서도 들러리?
최근 지도부 구성을 완료한 여야가 ‘호남홀대론’에 시달리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을 주축으로 두번째 비대위를 꾸린 국민의힘은 광주 출신의 주기환 전 비대위원이 13일 인선 발표 후 90분만에 사의를 표명하며 “지도부에 호남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 전 비대위원을 대신해 임명된 전주혜 의원은 광주에서 출생했지만 성장한 주 연고지는 서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선 전남 고흥 출신의 송갑석 의원이 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남대 출신의 임선숙 전 광주지방변호사회장을 임명했지만, 그럼에도 '호남 홀대'비판이 이어지자 광주(2일)를 방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15일 지도부 전원이 전북을 찾기로 했다.
여야가 호남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여당은 이른바 ‘서진 정책’의 일환으로, 야당은 텃밭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호남을 의식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인선이나 예산을 보면 결국 호남은 ‘들러리’에 불과하다”(여권 관계자)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전략적으로 호남을 활용하려 들 뿐 인선이나 예산에선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는 호남 관련 이슈를 놓고 네탓 공방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건이 대표적이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은 웬만한 지역 거점 도시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스타필드, 롯데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이 광주에 없는 이유가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연휴 직전인 7일 복합쇼핑몰 유치 추진 절차를 발표하고 연결 도로망 구축 등에 필요한 예산 9000억원을 정부에 요구하며 공을 정부와 여당으로 떠넘겼다.
이에 국민의힘은 “상업시설 하나 유치하는데 세금 9000억원이 소요된다면 어느 기업이 광주에 투자하겠느냐”(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했고, 민주당은 “벌써 좌초될 위기라니 어처구니없다”(송갑석 민주당 의원)며 역공을 폈다. 책임 떠넘기기였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호남 공약이나 지역 현안 사업 비용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공격한다. 광주의 경우 서남권 원자력 의료원 설립이나 달빛고속철도(광주-대구) 등의 공약 사업이 예산안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전남은 SOC 예산이 올해보다 1000억원(11%)가량 줄었고 전남도청이 건의한 관광개발 선도사업 등이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전북은 무주에 짓기로 한 국제태권도 사관학교 관련 예산이 기재부 심사 단계에서 삭감됐고 남원 스포츠종합훈련원은 규모를 대폭 줄여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 구성에서 호남 인사가 없다며 홀대론을 부각했던 민주당은 예산안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태세다. 전북 지역의 민주당 재선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각종 신규 사업이 ‘올 스톱’ 된 데다, 새만금 사업 같은 윤 대통령의 공약 예산까지 상당 부분 반영되지 못하면서 지자체장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다. 전남 지역 초선 의원은 “조만간 도청에서 지역 의원들을 만나 부족한 예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는 지역 예산 감축에 대해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에 맞춰 다 같이 허리를 졸라맨 것뿐"이라며 홀대론을 일축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예산안을 보면 전남(8조3000억원, 9.2%↑), 전북(8조2000억원, 3.5%↑), 광주(3조2000억원, 3%↑) 등으로 지난해 예산안 대비 소폭 늘었는데, 영남 지역도 대구 3.1%, 경북 4.4%, 경남 3.3%, 부산 1.2% 등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며 지역간의 차별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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