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최저가 강요' 혐의 요기요 운영사, 1심 '무죄'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새로운 기술 서비스 출시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범행의) 고의성 인정 여부를 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가맹 배달음식점들에 '앱 주문 최저가'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기소된 위대한상상에 "피고인 회사 임직원들이 최저가보장제 시행과 차별금지 조항 적용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주 부장판사는 "(서비스 초기) 매출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음식점은 요기요가 도입한 수수료 요금제 방식을 통해 (다른 앱의) 월정액 방식보다 더 적은 광고비를 부담했다. 하지만 매출액이 늘수록 수수료제가 더 불리한 음식점들이 생겼고, 요기요를 통한 판매금을 다른 앱보다 더 높게 잡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소비자들이 '요기요의 판매가가 더 높다'는 인식 하게 돼 피고인 회사가 최저가보장제를 시행하게 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최저가보장제 폐지를 안내했고, 피고인 회사는 이를 곧바로 폐지했다"고 밝혔다.

주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경영간섭 행위 및 거래내용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며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그 의미와 법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지침·제정을 마련해 고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할 시) 기술 혁신과 신제품의 시장 출시를 제한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함으로써, 공정하고 자유로우며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 보호와 국민경제 발전 등을 도모하려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6월 위대한상상 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위대한상상이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자체 모니터링과 소비자 신고 등을 통해 최저가보장제를 따르지 않은 음식점 144곳을 찾아내 주문 가격 인하나 다른 배달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음식점 43곳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위대한상상이 부당하게 경영간섭을 했다며 형사 재판에 넘겼다.

법정에서 위대한상상 측은 "'최저가보장제'가 아닌 '차별금지제'"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다른 앱과 요기요 중 어떤 것으로 가격을 조정할지엔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달음식 가격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소비자 신뢰를 보호하고, 소비자에 대한 음식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했다.

또한 배달앱 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만큼, 최저가보장제가 시행될 당시 요기요에 대한 음식점들의 거래 의존도가 높았다고 볼 수 없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최저가보장제가 아니었다면 사업 초기 요기요 서비스가 존속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결과적으로 배달앱 간 경쟁을 촉진하고 배달음식 시장을 활성화해, 소비자 및 음식점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검사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위대한상상은 급격히 성장한 배달앱 시장의 2위 사업자로 25%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했기 때문에, 거래의존도가 높은 음식점들은 관련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했다.

검사는 "(공정거래법 조항의 입법 취지는)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주가 그 직위를 남용해 상대방에게 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가격 결정은 음식점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의사결정 사항이다. 당일 판매 경로별로 소요 비용의 차이를 고려해 음식의 가격과 서비스 품목을 결정할 자유가 음식점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요기요 측이 경쟁 업체와 달리 수수료를 별도로 받아 음식점이 가격을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