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다" 유치원생 비명..러 서부까지 번진 전쟁의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영토에도 포탄이 날아드는 등 전쟁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21세 여성은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유치원 주변으로 포탄 조각이 덮쳤다. 아이들이 '미사일이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교사들은 그냥 천둥번개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도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마치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온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이는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모스크바에서는 예년처럼 민간 행사를 열어 전쟁을 먼 얘기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서부에서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12일 벨고로드에서는 쇼핑센터, 버스 터미널, 학교 등에서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당국은 사전에 예정된 훈련이라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서 폭발음이 들려오는 게 일상이 된 데다 머리 위에서 미사일이 요격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주요 도로도 군용 트럭이나 무장 군인이 탄 차량으로 넘쳐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상인은 "그들이 이미 여기 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쟁이 턱밑까지 다가온 듯한 분위기가 감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빼앗겼던 북동부에서 대반격에 성공하면서 전쟁 7개월 만에 적군이 혹시나 러시아 영토까지 넘어올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피란민도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피란민은 수천 명인데,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나선 지난주에는 특히 긴박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들 피란민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은 상황에서 자칫 러시아 여권을 지녔거나 일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국경을 건너왔다고 NYT는 전했다.
벨고로드 주민은 40만명 정도로, 국경 너머 우크라이나 도시와 교류하며 살아왔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산가족이 속출하고 일상이 무너져가는 상황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41세 여성은 "벨고로드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를 향한 불만도 들끓는다.
한 중년 여성은 "모스크바에서는 축제를 즐기던데 여기서는 핏자국이 흘러넘친다"면서 "그들이 파티에서 술을 마실 때 우리는 우리 군인들을 걱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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