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5년 뒤 LG유플러스 기업가치 12조원..'플랫폼'으로 고객 시간 점유"(종합)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웹3.0..4대 플랫폼 육성
[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5년 뒤인 2027년 비통신 사업 비중은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인 40%까지 늘리겠다. 이렇게 되면 기업가치도 지난해의 2배인 12조원까지 증가한다. 치열하게 준비해서 LG유플러스 플랫폼에서 고객의 모든 시간이 소비되도록 하겠다."
U+3.0 시대 간다…성장 전략 핵심은 '고객 시간'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15일 서울 중구 앰베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중장기 목표를 공개했다. 황 사장은 이날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등 3대 신사업에 ▲웹 3.0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을 포함해 4대 플랫폼을 구성하고, 고객 경험 혁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과거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이 각각 유무선 사업을 전개하던 시기를 '1.0', 3사 합병 후 LTE 5G를 기반으로 통신사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단계 도약한 시기를 '2.0'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 전통적인 통신 사업영역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기반으로 고객 중심 플랫폼과 서비스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U+3.0'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황 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5년 뒤인 2027년까지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을 40%로 확대하고, 기업 가치도 12조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 매출에서 비통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이다. 6년 만에 2배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성장 전략의 핵심은 고객이다. 황 사장은 "어떻게 하면 LG유플러스가 고객 중심 회사로 전환해서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중장기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두 가지를 갖고 많이 고민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중심 회사로 전환하는 것과 중장기적 성장 전략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한 가지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새로운 고객 경험 혁신이 필요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려면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강한 고객 접점을 갖고 데이터를 장악한 플랫폼 기업이 사업 영역을 쉽게 확대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은 고객 시간을 많이 점유하는 서비스지만,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작은 플랫폼 기업에 고객을 뺏기고 있다"며 "고객 중심적 사고로 무장해 고객이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키우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구독 플랫폼 700만명 목표, IPTV는 OTT로 진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은 DIY요금제·e심 등을 통해 디지털 접점을 늘리고, 고객의 데이터를 면밀히 파악해 일상에서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루틴 서비스와 연계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구독플랫폼 '유독'을 출시했다. 5년 뒤에는 700만 이용자를 확보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헬스케어, 펫, 여행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황 사장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놀이플랫폼은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와 OTT 라인업을 확대해 여러 포맷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OTT를 운영하기보다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OTT와 손잡고 IPTV 서비스를 혁신한다. 일명 'OTT TV' 전략이다. 황 사장은 "OTT 경쟁이 격화되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PTV로 다양한 OTT를 시청할 수 있는 'OTT TV'로 진화할 것"이라며,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은 꼭 필요한 요소다. OTT와 공존을 지향하는 LG유플러스의 기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충성스러운 팬덤을 가진 스포츠, 아이돌 서비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 이에 발맞춰 최근 '아이돌 플러스'를 개편하기도 했다. '아이들나라'는 모바일 중심 '키즈 OTT'로 업그레이드한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몰입도도 높이는 서비스로 확대하고, 선생님, 교보재 상품까지 제안하는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유치원 등 기업 간 거래(B2B) 교육솔루션 시장을 공략하고, 글로벌시장에 'K-교육'을 수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황 사장은 "지금까지 아이들나라가 IPTV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다 보니 고객의 이용 패턴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부모-자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접점을 만들기 위해 '키즈 넷플릭스'로 자리매김할 구독형 플랫폼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 거론되는 아이들나라 분사 가능성에 대해 황 사장은 "시장 점유율이나 사업 진척 상황에 따라서 분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분사한다면 첫 주자는 아이들나라다"라면서도 "분사는 내·외부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명확하게 언제 어떤 사업을 분사한다는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웹 3.0 시대 겨냥, 미래 기술 확보
LG유플러스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웹 3.0에 따라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의 플랫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돌, 콘텐츠, NFT 등 웹 3.0 방식의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메타버스 등 기술 영역의 연구개발(R&D)과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해 미래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신사업의 플랫폼화를 우선 완료한 뒤 광고, 커머스, B2B 등 다른 사업 영역도 플랫폼 전환에 속도를 낸다.
황 사장은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웹 3.0을 준비하기로 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객의 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차원이 다른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서는 고객이 유플러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져야 한다. 유플러스의 플랫폼에서 고객의 모든 시간이 소비되도록 4대 플랫폼 사업을 치열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익보다는 고객"
통신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경쟁사들도 비통신 신사업 키우기에 한창이다. 황 사장은 "추구하는 방향은 기본적으로 같아서 방향성에 있어서 경쟁사와 차별성을 갖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수익보다는 고객의 편의성, 고객 경험 혁신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디자인해 수익보다는 고객 중심적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지속적으로 개방성을 추구한다. '유독'의 경우 여러 서비스 회사들과 공존하면서 함께 시너지를 내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한다"며 "고객에게 좀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최근 지나치게 비통신 신사업 육성에 치중하면서 통신 영역 투자가 줄어들고, 품질이 저하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권용현 LG유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LG유플러스는 기본적으로 통신회사"라며 "4대 플랫폼 신사업은 기본적으로 통신 네트워크가 잘 굴러간다는 전제로 데이터가 다른 서비스에 더해져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최근 글로벌 통신사를 중심으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망 이용에 따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황 사장은 "망 투자 비용을 감당하면서 네트워크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굉장히 고민되는 상황이다. 특히 6G 시대를 앞두고 더 고민된다"며 "원칙적인 부분에서는 그런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대해 공감한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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