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추진..김성주 "국민연금+기초연금 최소 100만원 목표"(종합)

나주석 2022. 9. 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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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대신 '구조개혁'해야
국민연금·기초연금과 함께 다층적 소득보장 체계 갖춰야
"국민들 노후 빈곤실태 객관적으로 본다면 구조개혁 나설 것"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식으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더 내고 더 받는’ 개혁도 있다. 노후소득 보장을 튼튼히 하면서 재정도 안정되는 개혁이 가능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적 화두로 꼽히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모수 개혁’을 넘어 노후소득 보장까지 노릴 수 있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에 참여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정치권의 연금 전문가로 꼽힌다.

김 의원은 이날 연금특위와 국회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연금개혁 쟁점에 대한 내부 토론회를 진행했다. 국회 연금특위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자 당내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노후 빈곤 실태를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노후를 편안하고 든든하게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현재 가입자가 얼마나 보험료를 내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것으로 노후 생활이 어렵다고 하면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국민연금과 같은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 제도를 통해 노후 보장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사적 계약에 의한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을 것인지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설명은 하나도 안 해주고 ‘재정이 몇 년에 소진되니까 보험료 더 내라’ ‘자녀에게 미안하지 않냐’ 이런 식의 협박을 하니 더 내려고 해도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이를 잘 설득하는 역할을 국회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퇴직연금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층적 소득보장 체계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는 기본이고 퇴직연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기초연금까지 논의하겠다는 게 여야 합의사항이고 더 나아가 퇴직연금까지 더 해서 특위에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기초연금이 30만원,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57만원으로 둘 모두를 합해도 100만원이 안 된다"며 "이 둘을 잘 조합해 최소한 100만원 이상은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 제도를 확보하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연금개혁 특위가 설치된 뒤 제대로 된 활동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연금개혁을 공언했던 것에 비하면 정부나 여당의 의지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회 연금특위를 만들었지만, 특위 구성 후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 말과 달리 의지가 약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 대선 공약을 냈을 때나 인수위원회 시절만 해도 의지를 보였는데,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물어보니 ‘정부 내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국회 특위로 갈음하겠다’, ‘정부 안이 나오면 그걸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정부의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 든다. 여당이 소극적이라고 해서 야당이 여당 입장 후에 입장을 표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여당이 그렇다고 한다면 야당이 먼저 나서서 연금 개혁의 화두를 제기하고 사회적 토론을 이끄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연금 개혁을 언급하면 ‘용기’를 이야기한다. 연금개혁이 ‘용기’를 거론해야 할 사안인가?

▲연금은 역사적으로 19세기 말인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에 처음 생긴 제도다. 일하는 사람의 노후를 보장해 체제 안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목적이었는데 이 연금을 개혁할 때마다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받는 금액을 낮추는 재정적 측면에서 개혁하다 보니 많은 저항이 있었다. 그래서 연금 개혁을 먼저 이야기한 정당도 그다음 선거에서는 모른 척을 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독일이나 스웨덴 등 연금 개혁을 주도했던 정당이 다 몰락했다. 그래서 이제는 하나의 룰이 생긴 게, 연금 개혁 이슈 등은 총선 이슈로 삼지 않는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 됐다. 총선 뒤 다수당은 다른 정당들과 같이 모여 연금 제도 개혁에 착수하는 전통이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두 차례 연금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 대체율을 낮추는 개혁을 했는데 두고두고 욕을 먹었다. 당시 야당은 협조해줄 것처럼 하다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반대해 정부와 여당을 힘들게 했다. 그래서 정파적 이해를 떠나지 않는 한 연금 개혁은 추진하기 어렵다. 유럽이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연금개혁을 총선 이슈로 삼지 않겠다, 정책적 유불리를 떠나 미래를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하겠다 이런 합의가 없다면 시작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생각하는 연금개혁 방향은?

▲연금 개혁이라고 하면 보험료를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액을 개혁을 생각하지만 반대도 있다. 보험료를 올리되 연금액을 늘리는 개혁을 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과 비슷한 캐나다의 CPP도 보험료율이 원래 9.9%였는데 이것을 2%포인트 올리면서 소득 대체율 역시 원래 25%에서 33.33%로 올렸다. 부담도 늘었지만, 혜택을 늘린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는 재정론 관점에서 연금개혁을 바라봤는데, 보험료를 올려 기금이 소진되는 시기를 늦추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중산층 이상의 안정된 소득을 갖고 있는 계층은 견딜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보험료를 더 올린다고 하면 연금 가입 안 하겠다고 하게 된다. 그럼 결국 노후 빈곤층이 늘어나는 식이 된다. 이런 이유로 사적연금 활성화가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로 연금 개혁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연금 제도가 생긴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인데 노후소득 보장을 약화시키고 재정 안정성을 기한다며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할 경우에는 국민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후가 불안해 은퇴자들이 퇴직금 등을 털어 카페나 식당을 했다 망해, 노후빈곤 상태에 빠지는 불행이 반복될 수 있다.

-노후소득을 강화한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연금 제도 용어가 복잡한데, 소득대체율이라는 용어가 있다. 현재는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은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를 뜻하냐면 40년간 연금에 가입했을 때 연금 수령액이 퇴직하기 3년 전에 번 평균 소득의 40%라는 뜻이다. 가령 내가 400만원을 받았다면 40%인 16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40년간 빠짐없이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20살에 소득활동에 시작해 60세까지 정년을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30세쯤 취업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득이 아무리 발생해도 최대 30년 정도라, 소득대체율 40%를 꽉 채우는 사람은 얼마 없다. 그래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금은 크게 조세 기반의 연금제도와 사회 보험 방식의 연금이 있다. 우리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이 조세 기반 연금 제도고, 국민연금은 소득의 일정액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연금으로 주는 것이다. 우리는 기초연금이 이제 30만원, 국민연금은 월평균 수령액이 57만원 정도다. 이 둘을 다 받는다고 해도 100만원이 안 된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많이 올리면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국민연금을 주로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잘 결합해 최소한 100만원 이상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제도를 확보하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

-연금개혁 왜 서둘러야 하나

▲정부가 연금 추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에 따르면 내년 3월에 초안을 내고 8월에 연금 개혁안을 발표해 국회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후년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국회가 어떻게 할 거 같은가? 결국 안 하겠다는 얘기다. 추계는 추계대로 하되 연금 개혁 논의는 지금 국회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공무원연금 등을 국민연금에 합치자는 식의 개혁주장도 있다.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인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18%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8%로 올릴 것인가, 아니면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9%로 낮출 것인가. 서로 다른 제도를 운용해왔다. 공무원들처럼 많이 내고 많이 받게 하던지, 국민연금처럼 낮춰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받게 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거기다 국민연금은 흑자인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적자다. 그럼 둘을 통합하면 공무원연금 적자를 정부가 대신해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이런 방식에 국민이 동의하겠는가. 이런 고민 없이 공무원연금 수령액 등을 들어 통합 이야기를 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본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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