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서 자극' 극우 약진..스웨덴 8년만에 다시 보수정권

박병희 2022. 9. 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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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증가로 외국인 비중 20%로 늘어..'하루 1건' 총기사고 발생
스웨덴 차기 총리로 유력한 울프 크리스텐손 중도당 대표(왼쪽)와 8년 만의 보수정권 탄생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지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의 지난 9일(현지시간) TV토론 모습. [사진 제공= 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구호를 그대로 차용한 스웨덴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의 돌풍으로 스웨덴에 8년 만에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스웨덴민주당의 지미 오케손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보·복지·통합을 재건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집권당 사회민주당(사민당)의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이날 총선 패배를 인정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 개표가 거의 완료된 가운데 스웨덴민주당을 포함한 보수 연합이 전체 349석 중 과반이 176석을 확보했다. 사민당을 포함한 진보 연합은 17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1979년 총선 때부터 지속된 1위 사민당, 2위 중도당 구도가 깨졌다. 사민당은 1위를 유지했지만 보수 진영에서 스웨덴민주당이 중도당을 원내 3위로 밀어내고 보수 진영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스웨덴민주당은 반이민, 외국인 범죄자 추방을 강조하며 보수 유권자 표심을 공략했다.

BBC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급속히 증가한 총기 사고가 스웨덴 총선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NYT는 20년 전 스웨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은 10%였으나 지금은 20%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민자 사회에서 범죄조직과 관련된 살인 사건이 증가했다며 최근 스웨덴 대중은 범죄 증가를 이민과 연계된 것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극우 세력을 연구하는 콜로라도대의 제니퍼 피츠제럴드 정치학 교수는 "스웨덴은 이민과 망명 지원 등 다양성의 수용 측면에서 유럽 국가 중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스웨덴에서는 총기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 스웨덴 경찰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273건의 총기 사고가 신고됐고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 역대 최다인 379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스웨덴은 50만명의 이민자를 수용했으며 최근에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의 이민자가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웨덴 이민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만1425명의 이민 신청자 중 아프가니스탄인이 1488명으로 가장 많았다. 무려 16만2877명이 이민을 신청한 2015년에는 시리아인이 5만1338명이었다.

스웨덴민주당의 오케손 대표는 과거 한 토론에서 "무슬림 이민은 2차 세계대전 후 스웨덴의 가장 큰 외부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민주당이 보수 정당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우파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차기 보수 정권 총리는 중도당의 울프 크리스텐손 대표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민주당은 강성 지지층만큼 혐오하는 유권자도 많아 향후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중도당에서 총리를 맡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크리스텐손 대표는 과거 중도당이 스웨덴민주당과 협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총선에서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3당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결국 스웨덴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극우 세력에 힘입어 총리에 오를 중도 우파 성향의 크리스텐손 대표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오는 25일 총선을 치르는 이탈리아에서도 최초 여성 총리로 유력한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강력한 이민 통제를 주장하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로 난민선이 입항하는 것을 막을 게 아니라 아예 난민선 출항을 막아야 한다며 리비아 등의 아프리카 북부 해안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10년 이상 지속된 경제적 혼란이 지속되고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국가의 복지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이른바 반이민정서가 유럽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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