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부담 커지는 민간임대 아파트.. 건설사들 앞다퉈 '조기분양'
분양가 하락 전 매각진행 의도
가격책정 놓고 입주민과 마찰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민간임대 아파트가 앞다퉈 조기분양에 나서고 있다. 분양가격이 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매각을 진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임대는 분양가 산정 기준이 별도로 없는 데다 분양전환 방식도 불투명한 단지가 많아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에서 남양주월산1단지와 남양주월산2단지 등 민간 임대아파트를 일부 조기 분양전환을 진행했다. 앞서 제주도에서는 제주 삼화지구 부영아파트 3차, 6차, 7차, 8차 단지 2000여 가구가 지난 7월 말부터 조기분양에 나섰다.
앞으로도 부영주택은 ▲화성향남3단지(일부 세대) ▲화성향남7단지 ▲화성향남9단지 ▲화성향남10단지 ▲화성향남11단지 등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조기분양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민간임대 아파트 조기 분양전환이 이어지는 것은 집값 하락세 전망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단지 대부분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임차인들의 조기분양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금리가 인상되면서 사업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조기분양을 진행하는 단지들은 분양가 책정 문제를 놓고 입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감정평가에서 분양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임차인들이 반발한 것이다. 실제로 2013년 8월 첫 입주 당시 제주 삼화부영 6차 아파트의 임대보증금(84㎡ 기준)은 9100만원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첫 분양이 이뤄진 지난 2019년에는 3억4000만원으로 분양가가 뛰었고, 현재는 5억4000만원대에 달하게 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는 건설사가 관여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선정한 기관에서 평가한 감정가를 토대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조기분양을 하더라도 입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잔여 임대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조기 분양에 나선 단지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조기분양을 추진한 경기 하남시 학암동 위례호반써밋의 경우 4년 단기임대주택이다. 지난해 2월 최초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 9개월여 만에 조기 분양에 나섰다. 정부가 2020년 7·10대책으로 4년 단기임대주택과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서 종합부동산세가 대폭 인상되자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양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전환 여부·분양가 ‘불투명’… 리스크 주의해야
이처럼 분양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기준이 불분명해서다.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임대의 경우 분양가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리스크도 높다. 공공임대는 분양전환 시 감정평가와 표준건축비 등 다양한 지표를 근거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는 반면, 민간임대는 별도의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시행사가 얼마든지 높게 산정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셈이다.
분양전환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행법률상 분양전환 방식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앞선 위례호반써밋 사례처럼 입주 후 몇 개월 만에 갑작스레 조기분양이 이뤄지기도 한다. 반대로 임차인들에게 우선 분양권이 주어지지 않거나 아예 분양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위험성도 있다. 최근에는 임대로 계약된 호실에 대한 분양전환 권리를 따로 판매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지만 세입자들 보호할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집값 하락기에는 분양전환을 서두르는 단지가 많아 앞으로도 입주민과의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분양가 산정과 분양전환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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