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美 철도파업發 공급망 위기.."경제 재앙될 것"

뉴욕=조슬기나 2022. 9. 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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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열차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 선로 위에 있다. 철도 노조는 철도 노동자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7일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철도 시스템이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노동조합 파업으로 멈춰설 위기에 처했다. 미국 내 물류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화물 열차의 운행이 중단될 경우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던 공급망 문제가 악화하며 대대적인 경제 혼란이 불가피하다. 파업 시한이 임박하자 여객철도 암트랙은 장거리 노선 스케줄부터 일제히 취소하며 대비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14일 현재 미국 철도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 12곳 중 가장 규모가 큰 2곳이 아직 사측과 근로조건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이들 노조는 협상 기한인 16일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동부시간 기준 17일 오전 12시1분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 내 철도노동자는 약 12만명 규모로 이들 2곳 노조에만 6만명 이상이 소속돼 있다. 약 30년 만의 철도 파업이 현실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조 12곳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앞서 잠정 협상안을 마련한 다른 노조 역시 이날 투표가 부결되며 파업이 현실화할 위험은 더욱 커진 상태다.

철도는 미국 장거리 화물의 5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철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하루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의 하루 평균 생산 규모가 630억달러였음을 고려할 때 3%를 웃도는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운송비용이 급등하고 관련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철도가 멈춰설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를 통해 수출 화물을 운송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 중이라고 확인했다.

연방상공회의소는 "파업이 식량·철강·석탄·목재·비료·자동차 부품·원유 등 물류 공급망에 치명적 타격을 입혀 소비재 공급 부족·제조업체 가동 중단 등으로 이어지고 열차 이용객 수백만명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적 경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WP는 "철도회사와 노조의 갈등이 금요일이면 물류대란으로 번져 열차 통근자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 차질 해소를 우선 순위에 둬 온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여파도 확인된다. 이날 암트랙은 철도 파업 여파를 고려해 미 전역에서 대륙횡단철도로 알려진 장거리 노선 스케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암트랙은 철도노조가 주도하는 이번 협상 및 파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철도 파업이 선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권 통근열차시스템도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암모니아, 비료 등 예정됐던 선적도 지연되고 있다. 파업 우려로 이번 주 에탄올 가격 등도 급등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비상에 걸렸다. 백악관은 파업 시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멈춰선 철도를 대신해 미국 전역에 46만7000대의 트럭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다른 운송수단으로 대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산업계의 평가다.

루벨라 파루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업이 시작되면 공급망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제품 부족으로 판매와 공장 운영 모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가격 인상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미국 내 인플레이션까지 더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해 시장 전반에 고물가 장기화 우려를 확산시켰다. 여기에 이날 공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9%대였던 7월보다 둔화됐으나 인플레이션 우려를 진정시키진 못했다.

철도노조는 임금 인상, 유급휴가 확대,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상공회의소는 노사 합의가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회가 대통령비상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쟁의 종결을 위해 지난 7월 중순 구성한 대통령비상위원회는 2024년까지 임금 24% 인상과 보너스 5000달러 등을 합의안으로 권고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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