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新환경 전략]'초저전력 반도체' 등 기술 총동원..금융·세제 리스크관리도
IFRS 공시 부담도..고강도 ESG 경영, 브랜드가치 제고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삼성전자가 15일 발표한 '신(新) 환경경영 전략'의 핵심은 반도체와 전자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량을 대폭 줄이도록 혁신 신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적고 단가는 비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자립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투자심리(센티멘트) 약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고,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탄소 세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는 의지가 반영된 판단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세부 전략 중에선 ▲초저전력 반도체·전력사용 절감 전자제품 개발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全) 생애주기 자원순환 극대화 ▲수자원 재활용 최대화로 물 소비 최소화 ▲DS(반도체) 부문 사업장 탄소포집·활용 기술 2030년 적용 ▲미세먼지 감지·분석·제거 기술 2030년 지역사회 활용 추진 등이 눈에 띈다. 밸류체인(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꼭 필요한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민과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을 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쓰는 기업(지난해 기준 25.8TWh)인 만큼 생산 단계부터 탄소 저감을 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투자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인류의 당면 과제인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1992년 '삼성 환경선언' 후 30년 만에 친환경 경영전략을 들고 나온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복권 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속도를 높여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는 측면도 있지만, 금융·세제 리스크를 조기 관리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 복권 전부터 삼성전자는 고객들에게 '저전력' 반도체와 가전 개발, 가전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연계한 에너지 저감 방침 등을 꾸준히 알려왔다. 특히 RE100(Renewable Electricity·재생에너지 100%) 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삼성전자가 RE100 요구 수준보다 높은 고강도 대책을 통해 2020년에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수급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삼성전자 지분 5.03%(3월 말 기준)을 들고 있는 블랙록에서 주주들의 삼성전자 '녹색 전략'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보고서를 내놨다. 보다 투명하게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유력 기관투자가의 요구를 제조업체가 무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재무·회계 측면에서도 영국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세제 개편을 의식한 결정이란 관측도나온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도 강력한 탄소국경세 제도를 도입할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 등 행정 규제를 통해 자국 공급망에 한국을 적극 편입하려는 노력을 펴는 미국의 행보를 보면, 삼성전자가 고강도 탄소중립 방침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 부회장의 '뉴 삼성' 경영쇄신 의지와 더불어 굵직한 인수합병(M&A)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고강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딜 내용에 탄소중립이 엮일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노이즈'를 제거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M&A 매물 후보 기업으로는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암)', 독일 자동차·산업·전력 시스템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의 'NXP' 등이 거론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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