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 금융사 MZ 개발자들 이직 갈림길.."금융이냐 IT냐"

이은주 2022. 9. 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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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주니어 개발자 동기들은 매일같이 더 늦기 전에 업계를 나가야 할지 고민한다. 장기적으로 개발자로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한 사원이 한 말이다. 금융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뛰어난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늘고 있지만, 정작 업권 내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 개발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만족스러운 연봉과 안정성은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그러나 연차가 쌓일수록 정작 개발 진행 기회가 희소해 개발자로서 ‘도태’되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증권사, 금융공기업에 재직 중인 ‘주니어’ 개발자들은 개발(IT)이냐, 금융이냐의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업권 이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경력 3~4년 차쯤이 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개발자들의 경우 ‘연차가 더 쌓이면 이동이 어렵다’는 불안감에 고민이 더욱 깊다. 이들은 “매일같이 이직과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한다. 더 늦어지면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민 끝에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 한 금융공기업 A사에서는 주니어 개발자들의 이직이 줄을 이었다. 고연봉과 안정성 탓에 ‘이직’이 흔치 않은 조직이었으나,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업권으로 이직하는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해당 회사에 다니는 한 사원은 “같은 금융권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개발자들이 주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플랫폼 기업들로 주로 이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민의 배경은 복합적이나, 공통적으로는 금융권에서는 개발자로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직의 주요 요인이다. 세부 직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새로운 서비스 개발보다는 현재 서비스 유지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때문에 금융권 개발자 중에서는 짧으면 수개월, 길면 1년 가까이 코딩 등 개발을 직접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자는 “개발은 자신의 논리, 로직을 적용해 프로그램이나 앱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그런데 입사 후 1년간 서비스 개발을 위한 코딩은 단 한 줄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개발자 맞나 하는 자괴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개발자 개인에게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직접 설계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차가 더 누적되면 향후 연차 대비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이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MZ세대 개발자들의 고민을 더 부채질한다. 개발자 직군이 메인이 되는 주요 플랫폼 기업들로 이직을 하고 싶어도, 이들이 제시하는 코딩 수준을 이대로는 맞출 수 없다는 고민이다. 또 다른 개발자는 “특히 ‘네카라쿠배당토’로 불리는 주요 플랫폼 기업의 경우 요구하는 코딩 테스트와 면접의 난이도가 상당해 진이 빠질 정도”라며 “때문에 대용량 트래픽이나 고객의 대규모 데이터들을 다루면서, 고난도 트러블 슈팅 등(오류, 시스템 장애 등 해결 경험)을 해본 경험이 부족하면 향후 이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고민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높은 연봉’을 장점으로 금융권 도메인 커리어를 쌓는 ‘안정성’을 택할지, 지금이라도 단계적 이직을 준비해야 할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후자를 택한 이들은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한 안정적인 이직 루트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우세하다. 이들은 우선 중소형 핀테크 스타트업 등으로 이직해 커리어를 쌓은 뒤, 주요 플랫폼 기업으로 또 이직하는 루트를 노린다. 핀테크 기업의 개발자는 “중소형 핀테크 스타트업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직의 징검다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이에 따라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핀테크 기업에서는 지난해 개발자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고, 상부에서는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설득에 실패해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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