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이유있는 퀀텀점프.."기술우수성에 가성비까지"

허고운 기자 2022. 9. 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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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방산]② 앞서나가는 품질 자신감
생산지속성·후속서비스·실전검증도 장점

[편집자주] ‘K-방산’이 질주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 터진 수출 ‘잭팟’은 가성비까지 겸비한 ‘K-방산’의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못이룰 꿈만은 아니라는 희망가도 울리고 있다. 하지만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 등 개선해야할 해묵은 규제도 쌓여있다. 뉴스1이 글로벌 4강을 정조준한 ‘K-방산’의 희망찬 현주소와 풀어야할 과제,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해 본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지 피라미드 일대에서 진행된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블랙이글스는 T-50B를 운용한다. (공군 제공) 2022.8.4/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역사적인 웅비에 나섰다. 1975년 소총 탄약 수출이 출발점인 'K-방산'이 전차·군용기·유도미사일 등 전방위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K-방산의 경쟁력은 세계 어느 제품과 비교해도 뛰어난 성능과 탁월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의 기술을 적극 도입해 방위산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우리 무기체계는 대부분 실전 배치돼 검증받았기에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K-방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냉전 종식 후 재래식 무기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한국산 무기체계는 현재도 양산 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활한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기술 이전 등 고객 맞춤형 전략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K-방산을 선택한 대표적인 국가는 폴란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폴란드 모롱크시 소재 기계화 부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각각 K2 전차,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달러(한화 7조6000억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총괄계약에서는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672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48대에 대한 수출이 합의된 바 있다. 총 계약 규모는 25조~4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 방위산업 사상 최대 수출 규모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 개발해 탄생한 FA-50은 2010년 5월4일 첫 비행에 성공한 이후 수출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성능 부문에선 정밀 유도무기 운용으로 치명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며 국산 군용기 중 가장 높은 디지털화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FA-50은 우수한 경제적 운영유지비, 원활한 후속지원을 통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어 해외 각국의 믿음을 확보한 기종이다. '베스트셀러' 전투기 F-16과의 호환성이 높고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교육훈련에도 최적화돼 FA-50을 주목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KAI는 폴란드 수출을 발판 삼아 인접국인 슬로바키아 등 인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나토 비회원국인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도 FA-50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KAI는 미국 해군·공군 훈련기 사업에 참여하는 등 향후 10년간 1000대의 FA-50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현대로템 제공)

K-2 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전차 생산 기업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독일 등 선진 전차대국을 제치고 튀르키예에 K-2 전차 기술 수출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에 완성품 첫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K-2 전차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대다수의 전차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세계 최상급 화력을 자랑한다. 자동장전장치, 피아식별장치, 자동추적기능, 능동방호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으며 산지가 많고 험준한 지형에서도 다양한 사격 각도를 확보할 수 있다.

K-2 전차는 노르웨이의 주력전차 사업에서 독일과 경쟁 중이다. 지난 2월 현지에서 진행된 시험평가에선 당시 노르웨이 국방장관이 "직접 타보니 우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외에도 차륜형장갑차와 장애물개척전차의 해외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세계에서 '명품 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2001년 이후 튀르키예,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에 수출되며 글로벌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K-9이 우수한 성능을 갖게 된 것은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 군은 북한 포병에 대응하기 위해 국산 자주포를 대량 배치할 필요성을 느꼈고 1999년부터 K-9 1000여문을 배치했다. 이때부터 K-9은 실전에서 쓰였고, 지속적인 성능 개량이 진행되고 있다. 대량 생산 덕분에 수출가격은 독일산 경쟁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의 수출 가능성도 높다. 호주에서 서식하는 붉은등독거미의 이름을 따 만든 '레드백'은 호주 맞춤형 장갑차라는 점에서 K-방산에 새로운 전기를 그을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호주 차기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 제품과 함께 경쟁 후보로 선정된 상태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의 연안경비함(OPV)과 잠수함 등 신형 함정 도입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능동위상배열레이다(AESA)도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인데,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향후 수출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LIG넥스원 직원들이 세계 최대 다국적 연합 해상훈련인 '2022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대한민국 유도무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소개하고 있다. 비궁은 2019년 미 국방부가 실시한 해외비교시험(FCT)를 통과했으며, 현재 미국 해군 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추가 발사 시험도 준비 중에 있다. (LIG넥스원 제공) 2022.7.11/뉴스1

'유도무기 명가' LIG넥스원도 K-방산의 '퀀텀 점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만든 무기체계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청상어·백상어·홍상어 어뢰 등 다양하며 이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가성비를 자랑한다.

올해 1월 LIG넥스원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간 성사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의 수출계약 규모는 35억달러(약4조8000억원)로 이번 폴란드 수출 대박이 터지기 전 국내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LIG넥스원은 지난 7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다국적 해군 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현장에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소개하며 각국 해군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궁은 2019년 10월 한국이 개발한 유도무기 중 최초로 미국의 '해외비교시험'(FCT)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 국방부 평가단 참관 아래 진행된 검증 과정에서 요구조건을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충족한 무기체계다.

LIG넥스원은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함께 올해 8월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전시회'에서 '비궁'을 소개하며 미국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섰다. '비궁'이 세계 최대·최고 규모의 미 방산시장에 진출한다면 K-방산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방산업계에선 연이어 K-방산 '잭팟'이 터지고 있는 현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을 결정한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체는 물론 협력사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 유관기관이 '원팀'이 됐다는 점도 K-방산의 장점"이라며 "세계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품질의 K-방산이 갈수록 품질과 신뢰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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