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쓰는 것 vs 李 대표상품..여야 때아닌 '상품권' 신경전
여야가 때아닌 ‘상품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맞붙은 형국이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서는 “증액 시행”을 공언한 게 갈등에 불을 지폈다.
尹 시장서 쓴 ‘온누리’ 미는 與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석 달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근거인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개정안을 총 5건 발의했다. 당내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13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상품권 유통 전반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 그간 최대 문제로 지적돼온 ‘온누리 깡’을 제도적으로 막고 정부가 체계적 관리에 힘쓰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같은 당 소속 양금희·노용호 의원안 등 나머지 개정안들도 주로 가맹점 관리를 강화하거나, 법률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 상품권 사용 편의를 넓히는 내용이다. 현 정부가 지역화폐의 대안적 성격으로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독려하면서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발맞춰 관련법을 속속 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추석 전 민생 점검차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온누리상품권으로 베개와 이불, 신발, 모자 등 물품을 손수 구매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서 열린 제6회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삶을 단단하게 챙기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고, 이 자리에서 정부가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및 스마트 결제 인프라 도입’을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일환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화폐는 원래 지자체가 각자 시행하던 고유 사업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경제 지원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지원을 해준 것”이라며 “지자체가 지역경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자체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적으로 통용되므로 내년에 증액해서 시행한다”고 말했다. 올해 3조5000억원인 발행 규모를 내년에는 4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李 대표상품’ 사수 벼르는 野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활성화한 지역화폐의 부활에 칼을 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영업자, 골목상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서민들의 고물가에 의한 고통을 줄여주는데 정말 큰 효과가 있는 지역화폐 지원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7050억원이던 지역화폐 지원을 0원으로 삭감한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은 “비정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과 맞물려 등장한 지역화폐는 발행규모가 2019년 2조3000억원→지난해 20조2000억원으로 최근 2~3년간 급성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당이던 올 초까지 근거법인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9월 지역화폐 운영자금 관리와 가맹점 등록·해지를 체계화하는 개정안이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명의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 외에도 지자체장이 주는 재난지원금·각종 수당·포상금 등을 지역화폐로 주거나(신정훈 의원안), 지역화폐 전용 배달앱 서비스를 허용하고(이용선 의원안), 실태조사와 연구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백혜련 의원안) 등의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21대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 예산 지원 중단으로 발행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역화폐는 추가 사업 추진을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석에 전통시장을 가보니 상인들이 작년 추석보다 손님이 절반 이하 줄었다고 울상이었다. 지역화폐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은 반드시 되살리겠다”고 연말까지 강경 예산 투쟁을 예고했다. 이미 각 지자체·지방의회에서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관련 여야 각개전투가 벌어질 조짐도 짙다.
사실 전통시장·소상공인 지원이 목적인 온누리상품권과, 돈을 동네 안에서 돌게 하기 위한 지역화폐는 정책 목표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동네 안에서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가맹점이 상당부분 겹치는 게 현실이다. 할인율 역시 시기·매체·장소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둘 다 5~10%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부각되면서 벌써부터 각종 온라인 카페에선 ‘그래서 뭘 사야 하나’, ‘지역화폐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등의 물음들이 올라오고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싱글맘' 김나영, 건물주 됐다…강남 역삼동 99억원에 매입
- '가족끼린 도둑질 처벌않는다'…구속된 박수홍 친형, 어떻길래 [그법알]
- "자네 중요한 사람이었나"…이재용 깜짝 선물에 장모 전화 왔다
- 시골밥 든든히 먹고 밭에서 산삼 캔다…여행자 홀린 '생활관광'
- 윤핵관도 검핵관도 울고간다? 정권교체 칼날도 피한 '모피아'
- 몸 일부 가린 채…가발 쓴 여장한 20대男, 여탕서 50분 있었다
- 3년째 국민 입 막은 마스크…'자유' 강조하던 尹정부 아이러니 [박한슬이 고발한다]
- 진혜원 "쥴리 스펠링은 아나"...김건희 사진 올리며 조롱
- [단독] 검찰, 황무성 3번 불렀다…위례 추가수익 750억 추적
- 수백만 열광한 '조용한 퇴사'…"말부터 틀렸다" 英기자 일침,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