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열광한 '조용한 퇴사'.."말부터 틀렸다" 英기자 일침, 왜
“조용히 퇴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사라 오코너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는 이날 FT 오피니언을 통해 이른바 ‘조용한 퇴사’가 지나치게 논란이 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한 퇴사란 실제로 퇴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는 일하지 않고, 뛰어난 업무 성과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도 않는 노동 방식을 뜻한다. 지난 7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칸이 자신의 숏폼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올린 17초짜리 영상이 출발점이 됐다. “최근 조용한 퇴사라는 용어를 배웠다. 일이 곧 삶은 아니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부르며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 반향을 불렀다.
중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하겠다는 젊은 층의 움직임이 거세자 이에 대한 진단과 대책도 이어졌다. “조용한 퇴사는 나쁜 직원이 아닌 나쁜 상사에 관한 문제”(하버드비즈니스리뷰)이고, 직원들의 열정을 부르는 훌륭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해결책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오코너는 “조용한 퇴사는 성립되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오히려 “계약에 의해 채용된 직원이 매일 자신의 직장에 나타나 계약에 명시된 일을 하는 것은 퇴사가 아니다. 이런 인식은 기업과 직원 간 건강하지 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모든 직원이 더 많은 열정을 가지도록 요구된다면 ‘더’라는 정의는 의미가 없어진다면서다.
필자는 이어 게임업계의 밤샘 근무를 뜻하는 ‘크런치 모드’의 예를 들어 충분한 보상 없이 직원의 노동력을 동원한 기존의 업무 방식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게임개발자의 42%가 크런치 모드를 요구받지만, 이 중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 건 8%에 불과하다.
게임업체 허치의 숀 러틀랜드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젊은 시절 몇 달씩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며 “게임 관련 직업을 얻었다는 것이 기뻤지만, 이는 나를 매우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또 필자는 조용한 퇴사가 새로운 현상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2022년 직장에서 업무에 적극적으로 몰입한다는 응답자는 평균 30.5%로 나타났다. 2022년의 경우 응답자의 32%다. 그는 다른 수치들도 큰 변동은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일에 대한 열정보단 상호존중과 명확한 의무 이행이 더 어른스러운 업무의 형태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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