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의 시시각각] '사이다' 한동훈, 그 이후
보수 팬덤보다 중도 확장성이 숙제
야당과는 언제까지 대립만 할 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이 키운 스타다. 청문회 때부터 그랬다. '이모' 김남국 의원, '쓰리엠' 최강욱 의원 등 '처럼회' 멤버의 어처구니없는 공세가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한동훈 현상'도 그렇게 생겨났다. 윤석열 정부의 첫 대정부질의에선 "검찰 인사를 독식하고 있다"는 전임자 박범계 의원의 질타에 "의원께서 장관 할 땐 검찰총장(윤석열)을 완전히 패싱했다"고 받아쳐 지지층을 열광시켰다. 추석 연휴엔 '음주 질의' 논란을 불렀던 이수진 의원, "저따위 태도"라며 불같이 화를 낸 최강욱 의원의 SNS 영상이 밥상에 올라 한 장관에게 한 표를 더 보태줬다. 물론 논리정연하면서도 순발력 있는 캐릭터가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급기야 민주당은 아예 대놓고 그를 거물로 키울 태세다. '한동훈 탄핵' 카드를 꺼내 든 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취임 넉 달을 넘긴 한 장관의 여권 내 위상이 만만찮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개 숙인 대통령실이나 비대위 논란으로 천덕꾸러기가 된 국민의힘의 꼴을 보면 홀로 빛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2일 발표된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장관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위(21.7%)였다. 지난 2일 갤럽 조사에선 1위(22%, 국민의힘 지지층)를 하기도 했다. 그의 인기를 실감케 한 건 지난달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였다. 저녁식사 후 의원들이 한 장관에게 몰려가 서로 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한 참석 의원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30명 이상은 찍었을 것"이라며 "친윤과 비윤 가릴 것 없이 거부감이 없는 장관"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재를 위해 통화한 의원 중 대다수가 "보수의 자산" "잘 뽑은 장관"이라며 현재의 모습에 대해 호평했다. 한 여권 핵심 인사는 "지금 발언을 하면 반응이 있는 여권 내에서 유일한 파워풀 메신저"라고도 했다.
그런 한 장관이 뒤돌아봐야 할 지점이 있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칭찬 뒤에 숨은 그의 약점들 말이다. 많은 이가 그의 중도 확장성 문제를 거론한다. 그가 차기 대선이나 총선에 나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여권이 중도 싸움을 벌여야 할 양자 대결 국면에서 그의 캐릭터가 유효할지 의문이다. 중도는 고집스럽고 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이보다 유연하고 겸손하며 덜 뻣뻣한 사람을 선호한다. 야당과의 대립 구도가 길어지고 가팔라진다면 가뜩이나 아득한 중도 민심은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와 겹치는 지점이 많다. 그에 대한 보수층의 열광이 짙어질수록 윤 대통령의 확장성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편 가르기 이미지도 장관으론 부적절하다. 처럼회의 강성 의원들이 한 장관을 맹공하다 역풍을 맞고는 있지만 한 장관의 맞불 자세도 결국 편을 가르는 결과를 낳는다. 여권에서 나오는 "특정 진영에서의 팬덤만 강화한다면 조국 전 장관과 무엇이 다른가"란 지적을 잘 새겨봐야 한다. 특히 한 장관의 지지자들이 최근 좌표를 찍어 야당 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냈다는데 그건 한 장관을 깎아내릴 최악의 '벤치마킹'이다.
지나치게 화끈하고 직설적인 공세는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추 전 장관을 향해 '일개 장관'이라고 비판했던 그가 얼마 전 야당의 공세를 막기 위해 자신을 "일국의 장관인데"라고 표현했다가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들은 게 대표적 예다.
'장관 한동훈'의 출발이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우려 또한 작지 않다. 자신이 옳다고 믿지만, 남에겐 독선적으로 비칠 때 결과가 어떤지는 지난 정권이 잘 보여줬다. 과신과 독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독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 보이는 한 장관이다. 그러니 보수층의 칭찬이 커지면 커질수록 과신에 빠지지 말고 더더욱 자신을 엄격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한동훈의 성패'가 윤석열 정부에 미칠 영향이 크다.
신용호 Chief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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