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본 권력구도 변화에 대처하는 법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내각을 개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피습 사망 이후 보수 우익의 대표격인 아베파(清和政策硏究會)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진행된 개각이라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내각 개편 이후 일본 정계의 권력 구도 변화가 향후 한·일 관계에 끼칠 영향과 윤석열 정부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볼 때다.
기시다 내각 개편의 특징은 첫째, 상위 최대 파벌을 중심으로 한 ‘거당(擧黨) 체제 내각’이란 점이다. 일본은 지금을 전후 최대의 위기라 생각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력을 집중하고 있다. 주요 파벌의 대표를 유임하면서 자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를 발탁하고, 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한 고노 다로(河野太郎)를 디지털 장관으로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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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사후 기시다 정부 변화 조짐
윤석열 정부, 대화 주도 여지 보여
징용공 등 사안별로 해법 달라야
」
둘째, 자민당 파벌들의 균형을 중시한 개각이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아베파 배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지나 보니 기우에 그쳤다. 내각에 4명이 들어가고, 무파벌이지만 아베의 신임을 받았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경제안보 장관에 기용됐다.
셋째, 중심 파벌 3개가 정권을 담당하며 당의 안정을 중시한 개각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내각 구조를 보면 아베파와 아소다로(麻生太郎)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가 기시다 정권의 중심 파벌임을 알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아소파와의 제휴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소 부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을 유임하고 아베파의 하기우다코이찌(萩生田光一)를 정조회장에 기용했다. 이들 당 간부 세 명이 기시다 정권의 핵심인사다. 대일 외교를 전개할 한국 정부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기시다 정부의 권력 개편 이후 한·일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양국 사이에는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다. 윤 정부는 사안별로 분리하고 해법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즉 긴급 현안으로 징용공·위안부·수출규제·지소미아(GSOMIA) 등이 있다. 이런 문제 중에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이슈는 정부가 주도하고, 징용공과 위안부 문제는 학계·시민사회 및 정부가 협력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구분해 다뤄야 할 것이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일본에 적극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잘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본은 국내 정치 구조상 선뜻 먼저 대화 제안을 못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자신 있게 대화 가능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윤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외교정책으로 자유·국제질서 등의 가치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한·일이 맺은 약속을 서로 지키자고 일본을 설득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기초 위에서 몇 가지 어려운 외교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째, 위안부 문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후속으로 합의에 대한 보완 작업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전문기관과 상의 없이 정부 주도로 진행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난 정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큰 틀에서 역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징용 문제는 대책 없이 현금화가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시민단체와 지속적인 숙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윤 정부는 대위변제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려 한다. 문제는 정부 주도로 모든 것을 끌고 가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므로 전문가들과 함께 재원 구성 방안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한·일 의원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한·일의원연맹을 기본으로 대화의 폭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외교·안보, 경제 교류, 사회·문화에 이르는 분야를 중심으로 대화 채널을 만들어 활동해야 한다.
이미 한·일 양국은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나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듯하다. 한·일 관계 현안을 앞에 놓고 각자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면 생산적일 것이다. 글로벌 시대의 세계사적 변화 흐름에 맞춰가면서 궁극적으로 상호의존적 협력을 통해 호혜와 상생의 한·일 관계 확립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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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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