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41) 추산(秋山)이 석양을 띠고
추산(秋山)이 석양을 띠고
유자신(1541∼1612)
추산이 석양을 띠고 강심(江心)에 잠겼는데
일간죽(一竿竹) 둘러메고 소정(小艇)에 앉았으니
천공(天公)이 한가히 여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악학습령(樂學拾零)
왕의 장인이 사는 법
대자연, 대우주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태풍 지나간 가을의 석양이 눈부시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산이 저녁놀을 띠고 강물 깊이 잠겨 있다. 한 줄기 대나무 낚싯대를 둘러메고 작은 배에 앉아 있으니, 하늘의 제왕이 한가로이 여겨서 달까지 보내주는구나.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유자신(柳自新)의 본관은 문화(文化). 자는 지언(止彦)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왕을 호종했고, 사위 광해군을 따라 강원도 방면으로 나가 적과 싸웠다. 한성부 우윤으로 있던 1598년 버릇없는 명군(明軍)을 구타한 사건으로 파직되었다. 1608년에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자 국구(國舅)로서 문양부원군에 봉해졌다. 그러나 평소와 다름없는 겸손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에 근신하고 권문세가로 행세하는 일이 없었다. 죽은 뒤 인조반정으로 인해 관작과 봉호가 삭탈되고 아들 희분·희발·희량은 처형 또는 유배됐으니 그 처분이 잔인하였다.
외적의 침입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왕의 장인이 되었으나 자신을 드러냄이 없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보복의 대상이 되고, 멸문(滅門)의 화를 겪는다면 그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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