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 레이건함, 내주 부산 온다..전략자산 북 압박 시동
북한이 핵무력을 법제화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다음 주 부산에 들어온다. 동해에서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미 해군 핵항모가 한국작전구역(KTO)에서 해군과 연합훈련을 벌이는 것은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여 만이며, 입항은 그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기항과 연합훈련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양국 외교·국방 차관급(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도 이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7함대의 핵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다음 주 부산에 입항한다. 앞서 지난 13일 미 태평양함대는 레이건함과 순양함 챈슬러스빌함, 구축함 배리함·벤폴드함 등으로 이뤄진 항모타격단이 전날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를 출항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항모타격단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7함대 작전 지역에 전진 배치됐다”고만 언급하고 행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곧바로 한반도로 진입하지 않고 다른 작전을 펴다가 부산작전기지에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며 “부산에 며칠간 정박한 뒤 동해 공해 상으로 이동해 수일간 해군 함정과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핵 항모 입항을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신호탄으로 본다. 핵항모 자체는 비핵무기 전략자산이지만, 군사적 압박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개 이상의 항모타격단이 동시에 한반도 주변에 전개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핵항모의 한국 기항과 주변 해역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해 3월 칼 빈슨함이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항에 입항한 것을 시작으로 11월엔 이례적으로 레이건함·니미츠함과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세 척이 들어와 훈련을 펼쳤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 4월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동해에 들어왔지만, 해군이 아닌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으로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올리면 미 전략자산 전개 수위도 이에 맞춰 단계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초음속 폭격기인 B-1B 랜서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하면 2시간 이내 평양 상공에 도착할 수 있다. B-1B 역시 핵무기를 탑재할 순 없지만, 북한의 각종 지하 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는 ‘수퍼 벙커버스터’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핵 무장이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를 다녀간 뒤 나중에 공개하는 방식도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기자들에게 “북한의 핵실험 시 어떤 조치를 취할지와 미국의 확장 억제가 실제로 잘 작동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해선 양국 간 EDSCG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이란 의미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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