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쥐고 '자력갱생' 외친 북한, 뒤에선 식량 SOS
“핵은 국체(國體·국가의 근간)다.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김정은은 이날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 보라”며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말과 달리 식량을 비롯한 북한의 경제 사정은 녹록지 않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역사와 현실은 우리 당 자립경제 건설 노선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확증한다’는 제목의 1면 논설에서 “우리는 자립의 길로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 강조했다. 결국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희생을 통한 ‘자력갱생’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 우방국의 도움을 기대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에서 북한 문제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 있다. 러시아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특수군사작전’ 때문에 북한을 챙길 여력이 없다.
결국 북한은 인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앞서 지난달 30일 만프릿 싱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 소장은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쌀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북한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홍수로 농작물 대부분이 피해를 본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지난달 31일 VOA에 “(북한이) 베트남에도 수개월 전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 규모는 2~3개월분인 86만t으로 추정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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