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의 '적반하장'.. 포항 태풍 피해, 진실은 이렇습니다 [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정수근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 공동취재사진 |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경주와 포항의 태풍 피해를 MB정부 때 지방하천정비사업을 반대한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 탓으로 돌렸다(관련기사 : 권성동 "태풍 피해, MB정부 때 하천정비 반대한 야당 탓" http://omn.kr/20odo).
그는 "이번에 포항과 경주 일대에 (태풍) 피해가 컸던 것은 냉천과 지성천 등 지방하천이 시간당 100mm 넘게 쏟아지는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범람했기 때문이다"라며 "지류·지천 정비가 제대로 됐다면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차원의 지류·지천 종합정비계획이 수립됐지만 당시 야당과 일부 언론, 시민단체는 4대강사업과 마찬가지로 '20조 짜리 삽질' 같은 자극적인 말을 내세워 강하게 반대했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은 맞는 말일까? 이는 사실을 180도 왜곡한 것도 모자라, 프레임을 씌워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아주 못된 수법이다. '적반하장'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에 딱 들어맞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시를 강타해 실종 사망 7명이 발생한 가운데 하천이 범람한 포항시 오천읍 인근의 가게에서 주인이 청소를 하고 있다. |
ⓒ 조정훈 |
그 정비사업 때문에 정작 중요한 물길은 한없이 좁아지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양쪽으로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를 내면서 이른바 '통수단면'을 턱없이 좁혀 놓았다. 즉 하천을 하천이 아닌 공원으로 개조해놓음으로써 재해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것이 지난 4대강사업 이후 이 나라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다. 한마디로 '하천의 공원화 개조사업'인 것이다. 강물은 당연히 흘러야 한다. 그리고 강 안에선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원화 사업은 철저하게 인간 편의 위주로 진행돼 왔다. 그로인한 피해를 이번에 경북 포항 지역에서 고스란히 입은 것이라 볼 수 있다.
포항의 냉천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말하는 '국가차원의 지류·지천 종합정비계획' 일환의 사업이 진행된 곳이다. MB정부 당시 환경부가 벌인 이른바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진행됐던 대표적 하천이다. 그의 말대로 지류지천정비사업이 이루어진 곳이다. 하지만 고향의 강 정비사업으로 하천의 구조를 왜곡시켜 놓은 결과, 물길이 빠져나갈 통수단면이 줄면서 강물이 쉽게 빠지지 못하고 범람하는 구조가 됐다. 이것이 이번 재해의 큰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 연합뉴스 |
포항시는 지난 2012~2019년 취수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예산 245억 4900만 원을 들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의 하천을 재정비했고, 이후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다.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의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 6000만 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신문들이 내놓은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과정에 대해 주민들이 크게 우려했음을 알 수 있다. 냉천 정비사업 과정에서 둘레길 등을 조성하며 하천 깊이가 얕아지고, 자전거도로 및 포장도로를 만들면서 하천폭이 줄고 유속이 빨라져 냉천이 폭우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냉천이 범람할까 걱정된다며 시청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 냉천 태풍 피해 현장이다. 고향의 강 사업으로 직강화되고 하천폭이 좁아져 유속이 빨라진 냉천이 물폭탄을 터트려 재해가 커진 것이다. |
ⓒ 정침귀 |
냉천의 경우를 볼 때, 이 나라 하천정비사업은 지금 재해위험을 높이는 방향을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청계천과 한강과 4대강을 모델로 삼아 하천을 하천이 아닌 단순한 수로이자 공원처럼 개조하고 있는 것이 이 나라 하천정책인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하천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바꾸어야 한다. 지금 정말로 필요한 것은 '고향의 강' 같은 정비사업이 아니라 하천을 하천으로 바로 보고 강을 강답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강의 영역을 확장해줘 통수단면을 넓혀주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들이 잘 깃들어 살게 해주는 등 하천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민단체, 야당 탓만을 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있자니 15년 동안 강들의 시간을 지켜봐 온 필자로선 입맛이 씁쓸하다. 지금 권성동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해야 할 이야기는 4대강사업과 같은 잘못된 하천정책으로 이 나라 하천의 재해 위험성을 높여놓은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어야 한다. 그것이 공당의 도리다.
이에 대해 원로학자인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해 대한민국의 하천정책을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 포항 냉천의 위성 사진 비교. 2008년 하천정비사업 전 냉천의 모습. 하천의 폭이 상당히 넓다. 반면 고향의 강 사업이란 하천정비사업 후 냉천은 하천 폭이 너무 좁다. 이런 좁은 하천 폭이 재해를 키운 것이다. |
ⓒ 다음 지도 캡처 |
이번 물난리를 경험한 포항 주민이기도 한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처참한 포항의 상황을 전하면서 이 나라 하천정책의 전면적이고 시급한 개조를 요청했다.
"냉천의 잘못된 하천정비사업이 이번 홍수피해를 키웠다. 이번 홍수피해 현장을 돌면서 너무 처참해서 사진 찍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이번 홍수피해는 그동안 잘못 진행되어온 이 나라 하천정책에 대한 경종으로 읽혔다. 하천을 하천이 아닌 공원으로 만들어 그 안에 온갖 시설 들이면서 하천 폭을 심각하게 건드려 재해에 취약한 하천을 만들어놓은 결과가 이번 포항 홍수피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이 나라 하천정책을 근본부터 바꿔 강을 강답게 만드는 그런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안 그러면 이같은 재해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크게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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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함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이 나라 하천들을 기록 관찰해오고 있다. 물하천 전문 활동을 이어오면서 이 나라의 잘못된 하천정책을 비판하고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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