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여야 중진협의체 가동" ..가처분 정국은 시계제로
국민의힘의 새 비상대책위원회 '정진석 호'가 14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달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뒤 19일 만이다.
이날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협치를 강조했다. 비대위원 임명장 수여식 뒤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정치권의 정쟁이 국회로 밀려들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이용해 사법 리스크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심히 우려할 수준”이라며 “소모적인 정쟁과 민생 현안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실 국정조사 요구를 겨냥한 발언이다.
정 위원장은 그 해법으로 “여야 중진협의체 가동”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께서 지난 8월 1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며 “우리 당은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중진협의체는 앞서 민주당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밀실 야합”이라고 반발하며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최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법제화 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북한 핵무력 법제화에 대한 공동결의문을 채택하자”고 덧붙였다.
대통령실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 위원장의 협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날 정 위원장을 접견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제안한)영수회담이라는 용어는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국민의힘이)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한 번 (각 당)당 대표ㆍ원내대표와 함께 만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대위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가처분 정국’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듯 “비상상황의 빠른 종식”을 거듭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원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차담에서 '윤석열 정부가 순항할 수 있도록 당ㆍ정이 일체감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당의 조속한 안정과 정상화가 필요하고 안정적인 지도체제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첫 회의에서는 “집권여당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국정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이진복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 위원장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건네자 이 수석도 “대통령께서도 당이 빨리 안정돼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모양이 되기를 희망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가처분의 그늘은 여전히 국민의힘을 뒤덮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가처분 신청 심문에 직접 참석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 과정이 전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은 이 전 대표가 앞서 제출한 '5일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 의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심리는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8일 신청한 정 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4차 가처분)에 대한 심문기일은 28일이다.
법원이 새 비대위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에 대해 가처분을 인용하거나 정 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하면 국민의힘은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19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가 다시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한손에는 당원을 모집하고 한손에는 당에 대해 비난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이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윤 대통령 정치입문 당시 이 전 대표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 전 대표가 처음부터 윤석열이란 인물이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날 19일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고, 선관위는 1차 회의에서 후보등록일을 17일로 결정했다. 당내에선 4선의 김학용, 3선의 김도읍ㆍ박대출ㆍ윤재옥ㆍ조해진, 재선의 이용호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5선의 주호영 의원을 경선 없이 추대하자는 ‘추대론’이 나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과거 전례를 보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새누리당)원내대표로 추대된 경험이 있다”며 “의원들 간 소통을 통해 그런 문제가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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