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자살 이어 이번엔 익사..러 기업인 9번째 의문사

이해준 2022. 9.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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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의 기업인이 잇달아 의문의 사고로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올해들어 9번째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친 러시아 대통령과 라빌 마가노프 루크오일 이사회 의장. 지난 2019년 11월 모습. 마가노프 의장은 지난 1일 병원에서 추락해 숨진채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KRDV)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이반 페초린(39) 상무이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도 그의 시신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베레고보예 마을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페초린은 이틀 전인 10일 블라디보스토크 남부의 루스키섬 근처 해역에서 보트를 타다가 바닷물에 빠져 실종됐다.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숨진 러시아 재계 인사는 페초린까지 포함해 총 9명에 달한다.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의 로고. 독일 베를린의 지사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의문의 죽음 리스트 (날짜 / 이름 / 직위 / 특징)
#1
1월 30일 / 레오니드 슐만 / 가스프롬(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투자 자회사 운송 부문 책임자 /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당시 사기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음. 러시아 국영 통신사는 현장에서 유서 발견됐고, 수사관 자살로 보고 있다고 보도.

#2
2월 25일 / 알렉산드르 튜라코프 / 가스프롬 고위 간부 / 자택 차고에서 숨진 채 발견. “극단적 선택”(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3
2월 28일 / 미하일 와트포드 / 러시아 태생 에너지 억만장자 / 영국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

#4
3월 말 / 바실리 멜니코프 / 러시아 재계 거물 / 러시아에서 가족과 함께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

#5
4월 18일 /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 / 가스프롬 자회사 가스프롬뱅크 부회장 / 모스크바에서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지인들은 자살할 사람 아니라며 의심)

#6
4월 19일 / 세르게이 프로토세냐 / 가스프롬이 투자한 러시아 2대 가스 기업 노바텍 전임 최고 경영자 / 스페인에서 가족과 함께 숨진 채 발견(지인들은 자살할 사람 아니라며 의심)

#7
5월 / 알렉산드르 수보틴 / 루크오일 고위 간부 / 무속인 방문한 뒤 숨진 채 발견

#8

9월 1일 / 라빌 마가노프 / 루크오일(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가스 기업) 이사회 의장 / 모스크바 병원에서 추락사. 심장마비 이후 병원 입원 중이었음. 우울증 약도 복용주이었던 것으로 조사.

#9
9월 12일 / 이반 페초린 / 극동북극개발공사 상무 /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서 보트 타다 실종 후 시신 발견

러시아 최대의 민영 에너지 기업 루크오일. EPA=연합뉴스


사망자 9명 중 6명은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2곳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이들 6명 중 4명은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과 그 자회사, 나머지 2명은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가스 기업 루크오일 출신이다.

루크오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초 성명을 통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촉구하며 휴전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당국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페초린이 몸담았던 KRDV도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광산 자원과 고에너지 연료 등 에너지를 개발하고 있다.

페초린은 앞서 5∼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극동 개발 문제를 논했으며, 이 자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있었다고 미국 경제지 포천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를 떠난 가스프롬뱅크의 전 임원은 CNN에 “아바예프(5번째 사망자)는 프라이빗 뱅커(PB)로 VIP 고객의 큰 자금을 굴리는 일을 했다"라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뭔가를 알게 돼 위험을 초래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프로토세냐(6번째 사망자)의 아들은 현지 경찰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부친의 타살설을 제기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알렉세이 밀러가 이끄는 회사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주도하며 러시아의 전비를 충당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해준·최모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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