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적제거에 역량소모 말라"..봉하 찾아 '檢희생양' 부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를 “야당 탄압”, “정적 제거”라 칭하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자, 날이 선 발언으로 정면대응을 개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너무 소모하지 말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경제·산업 발전에 좀 더 주력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이 매우 불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고 국민들도 불안해한다”며 “모든 정치는 국민을 향해야 하고, 모든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부당한 야당 탄압이 아닌 민생을 챙겨야 할 때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성남FC후원금 관련한 수사 결과가 뒤집혔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물어보세요. 왜 뒤집혔는지”라며 불만 섞인 듯한 답변을 했다. 다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는데 어떤 입장인가’ 등 다른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경이 무차별적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에 대한 이 대표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봉하마을 찾아간 이재명…“검찰 탄압받은 盧와 자신 빗댄 것”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8·28 전당대회 기간인 지난 7월 방문 후 두 달 만이다. 이 대표는 굳은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응시했다. 친이재명계 인사는 “이 대표가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진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묘역 바깥에 몰려든 100여명의 지지자와는 악수나 사진 촬영에 응했다. 한 지지자가 이 대표를 향해 “검찰이 무서울 게 뭐가 있나”고 외쳤지만,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또다시 ‘민생’에 무게를 실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이 대표를 만나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임 지도부가 출범했을 때 봉하마을을 찾는 것은 민주당의 관례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자신을 노 전 대통령에 빗대기 위한 목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09년 소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평소 이 대표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적이 많은데 동병상련이란 생각이 들 것”이라며 “이런 점을 지지층에 드러내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선 국면이던 지난 2월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당시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고 오열했다. 다만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중도·무당층은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의혹을 피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다’고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 대표의 성남FC후원금 의혹 관련해 여야가 대치를 벌였다. 경찰 수사 결론이 바뀐 것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 진술이 번복됐고 압수수색으로 객관적 증거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말한 것이 야당 반발을 샀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3년 3개월 동안 탈탈 털어도 아무런 정황이 없는데 지금 뭐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분당경찰서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도 “문재인 정부 시절 조사를 했으니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성·김준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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