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검찰총장 그만두고 코딩학원 다녔다" 깜짝 고백
“사실 저도 코딩 학원을 좀 다녀봤는데요….”
14일 낮 12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누리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소속 의원들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은 대화 도중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반도체 산업 발전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자신을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정치 입문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에 알리지 않고 홀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때 충격을 받았다. 현장의 벽이 너무 높더라”며 “학생들이 국가 지원으로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 코딩 교육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말했다. 코딩 조기 교육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통령실이 별도 브리핑을 통해 소개한 내용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반도체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하고 4차산업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 우리 생사가 걸려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늘 준비해야 하는데 반도체는 어떻게 보면 장기 과제도 아니고 실시간 대응해야 하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을 “삼성전자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우리 양향자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양 의원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양 위원장은 이날 “반도체 산업은 1분 1초로 순위가 바뀌는 특성이 있다”며 지난달 발의된 이른바 ‘K-칩스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정부와 대통령의 관심을 요청했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건을 묶은 패키지 법안으로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은 만찬 도중 ‘만 5세 입학’ 논란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부모가 마음 놓고 일하게끔 시설이 좋은 학교 안에서 아이를 다 돌볼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만들고 싶다”며 “그런 취지는 잘 전달이 안 되고 취학 연령 논란만 부각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방교육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지방 명문고, 공립대학의 인력 수준이 서울 못지않았다"면서 “그때처럼 지방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되고, 그들이 지역발전을 견인했으면 좋겠다. 기업의 지방 유치 여건이 마련되도록 힘써보자”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교육부 장관이 한 달 넘게 공석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8일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이 ‘만5세 입학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자 지명 시기에 대해 “접촉하는 이들이 죄다 고사하고 있다. 수십명은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력 있는 인사들은 청문회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반면 의욕을 보이는 이들은 인사 검증에서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 인사는 ‘장관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인사 검증을 했는데 집이 8채더라”라고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시 부평구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을 방문해 국제기능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기능올림픽은 2년마다 25세 이하 청년 기술인들이 용접부터 클라우딩 컴퓨팅까지 총 61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다. 선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숙련된 전문기술 인력이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라며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기술도 여러분들이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다루지 않으면 어떤 가치도 창출하기 어렵다. 여러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에게 “실패해봐야 단단해질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며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이미 금메달리스트”라고 격려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현일훈ㆍ성지원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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