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찾아간 손경식 "노란봉투법 철회해달라"..거야에 읍소
‘노란봉투법’ 입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재계가 서둘러 달려간 곳은 집권 여당이 아닌 거대 야당이었다. 169석이란 과반 의석으로 ‘입법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협회(경총) 총회장은 14일 민주당 소속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우려를 담은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불법 파업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들에게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한 데서 이름을 따왔고, 현재 민주당의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에 올라 있다.
전 위원장과 비공개 접견을 마친 뒤 손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제계에서 우려하는 바를 말씀드렸다”며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문제도 있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재조차 없다고 하면 노사 쟁의 때 과격한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민주당이 법안을 물려주기(철회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세계 다른 나라에도 노란봉투법 같은 제도는 별로 없다”면서 “영국에 하나 있는데, 이마저 조합원 개인의 불법 행위는 처벌하게 돼 있다” 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이런 재계 요구에 “모든 것을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 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파괴 행위를 제외한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도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재계가 노심초사하게 된 건 최근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표결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거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도 “그럴 목표”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1일 이은주 정의당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노동 현안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자,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정의당이 지향하는 바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정기국회에서 입법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일단 선전포고를 한 것”(원내 핵심 관계자)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같은 경우는 정기국회 막바지인 11월쯤 여타 쟁점 법안들을 한데 펼쳐놓고 양당 원내대표가 ‘패키지딜’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야당 측 환노위 관계자도 “전해철 위원장은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 상임위 차원에서 무리하게 단독 처리할 계획이 없다. 절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여당은 노란봉투법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불법 파업에 대한 경영진 자구책을 상실시키고, 노조 권한만 비대화하는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저지를 위한 재계 방문 외에도, 입법 민원을 위해 민주당을 찾는 장면들은 국회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김이수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정위원회 위원장이 전해철 위원장을 찾아 경과보고를 진행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의석수가 많다 보니 위원장이 야당 몫인 상임위에선 입법 주도권은 여전히 민주당이 쥐고 있다”며 “각계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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