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 없다"는 北, 자립 강조하며 이면선 '해외 쌀지원' 타진
"핵은 국체(國體·국가의 근간)다.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체제 안정을 위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말이다. 그러나 대북제재·코로나·자연재해 등의 삼중고로 인한 식량문제까지 직면하고 있는 김정은의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의 경우 사실상 북한 문제는 후순위가 밀려 있다. 러시아 역시 지지부진한 전황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을 챙길 여력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도 외부 지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 '방역전 승리'를 선언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국경 봉쇄를 해제했다가 코로나가 재확산될 경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뾰족한 해법이 없는 북한은 이번에도 주민들의 희생을 통한 '자력갱생' 카드를 내놨다. 노동신문은 14일 '역사와 현실은 우리 당 자립경제 건설 노선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확증한다'는 제목의 1면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이 '제재'를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만능'의 수단으로 여기며 우리를 어째 보려고 기승을 부리지만 우리는 자립의 길로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신문은 이어 "자본주의 경제방식을 끌어들여 얻을 것이란 예속이고, 잃는 것은 민족적 존엄과 자존심"이라며 "자주를 목숨처럼 여기는 우리 인민에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연설에서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 보라. 지금 겪고 있는 곤란을 잠시라도 면해보자고, 에돌아가자고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력갱생을 내세운 북한 정권은 이면에선 해외로부터의 식량지원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황은 인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만프릿 싱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 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소리(VOA)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쌀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북한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며 "이는 홍수로 농작물 대부분이 피해를 입은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지난달 31일 VOA에 "(북한이) 베트남에도 수개월 전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 식량문제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7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다. FAO는 지난 3~5월 봄철 강수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해 작물 수확에 지장을 줬고, 코로나 유행에 따른 봉쇄로 인해 식량 문제가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 규모는 2~3개월분인 86만t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해선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인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호응을 촉구한 것과 관련 "바보는 스스로 자기를 드러낸다고 괴뢰 통일부 장관 권영세가 볼썽사납게 놀아대여 만 사람의 조소와 경멸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권 장관을 실명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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