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아이 없는 나라, 더 불안해진 '정해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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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이 왔다.
통계를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10년 전 결혼식 1건을 초대받을 때 0.78건의 부음이 왔다면, 지금은 결혼식 1건당 1.65건의 부음을 받게 된다.
예전에 인구 관련 기사를 쓰면서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책 '정해진 미래'를 충격적으로 읽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그려 내는 비관적인 사회적 미래를 자극적으로 경고하기보다는 정해진 미래에서 10년 후 한국의 생존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애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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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중심 파격적 대책 필요
얼마 전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이 왔다. 조문(弔問)은 받지 않고 장례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모시기로 했다는 전갈을 받고, 전화 통화로 조문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유독 주변 부음이 많았다. 중년에 접어든 내 나이와 코로나19를 떠올렸다. 부모님 연세가 여든 안팎이니 친구나 주변의 가까운 선후배 부모님 역시 비슷한 연배일 것이다.
통계를 뒤적이다 그럴싸한 다른 이유를 발견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 10년 전인 2011년 사망자 수는 25만7400명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연간 사망자 숫자는 6만 명이 늘었고, 20년 전에 비해서는 8만4000명이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조사망률(crude death rate)은 2011년 5.1명에서 지난해 6.2명으로 21.6% 증가했다. 조사망률 수치는 10년 전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데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반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500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2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2011년 혼인 건수가 32만9000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새 41.5%나 줄었다. 통계를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10년 전 결혼식 1건을 초대받을 때 0.78건의 부음이 왔다면, 지금은 결혼식 1건당 1.65건의 부음을 받게 된다. 청첩장보다 부고장이 많았던 게 내 나이 탓만은 아니었다는 걸 숫자가 증명한 것이다.
예전에 인구 관련 기사를 쓰면서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책 ‘정해진 미래’를 충격적으로 읽었다. 조 교수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청년실업이나 산업구조, 노후 준비 등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혼인 건수, 합계출산율을 보면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10~20년 후를 예측하는 데 인구만큼 정확한 툴이 없고, 이 숫자들을 의미 있게 풀어내는 해석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그려 내는 비관적인 사회적 미래를 자극적으로 경고하기보다는 정해진 미래에서 10년 후 한국의 생존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애써 줬다. 다만, 여기엔 다운사이징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 해 출생아 수가 10년은 더 40만명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책이 나온 지 6년이 지난 현재는 그의 예상보다 더 심각해졌다. 출생아 수는 40만명대가 붕괴된 지 3년 만에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명(합계출산율 0.81명)으로 급감했고, 지난달에는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5명이라는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도 나왔다.
합계출산율이 반토막 나는 사이, 인구정책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구조적 현실에서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으면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이 중심이 되고 각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 장기인구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가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과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권력투쟁에만 골몰해서는 허송세월만 거듭할 뿐이다. 아이는 개인이 낳지만 양육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만큼 아이 울음이 귀한 시대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는 요원하다. 파격적인 방식이 아니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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